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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附耳細語(부이세어)
[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附耳細語(부이세어)
  • 성동저널
  • 승인 2020.09.0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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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말을 하다. (즉, 남의 장단점을 함부로 말하지 않다)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성동저널] 이 말은 '芝峯類說(지봉유설)’에 실려 전해진 말입니다.

'芝峯類說(지봉유설)’은 조선 중기에 李睟光(이수광:1563~1628)이 편찬한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데요,

조선 초기의 명재상 黃喜(황희:1363~1452) 정승의 일화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고려말 黃喜(황희)정승이 弱冠(약관)의 20세 나이에 과거시험인 進士(진사)에 합격한 후, 짬을 내어 친구의 집으로 가는 중 나무그늘 아래에서 잠시 쉬면서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데요,

이 때, 밭에서 나이 지긋한 농부가 두 마리의 소를 묶어 쟁기로 밭을 갈고 있었습니다. 黃喜(황희)는 무료하던 차에 밭을 가는 농부에게 말을 겁니다.

"이보시오! 거기 밭을 가는 농부 양반! 지금 일하고 있는 거기 누렁소와 검정소 두 마리 중에 어느 소가 일을 더 잘합니까?" 이 물음에 농부는 어쩐 일인지 아무 대꾸도 없이 묵묵히 밭을 갈고 있습니다.

黃喜(황희)는 큰 소리로 재차 소리쳐 묻습니다.

그래도 아무 말이 없자, 黃喜(황희)는 옷을 툭툭 털고 일어서면서 볼멘소리로 "참 내, 별 싱거운 사람 다보겠네!" 하며 걷던 길을 가려 하자 그때야 농부가 黃喜(황희)에게 황급히 다가와 귓속말합니다.

'사실은 저 누렁소가 더 일을 잘합니다. 저 검은소는 게으르고 요령을 피우려고 합니다'라고 하자 黃喜(황희)가 의아한 마음에 묻습니다.

"아니!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한 말이라고 귓속말로 합니까?"

그러자 농부가 대답하기를 "아무리 미물인 짐승이라도 자기의 凶(흉)을 보면 기분이 좋겠습니까?

이 소가 나으면 당연히 저 소가 못하다는 것이니, 그 말을 들으면 어찌 불평하는 마음이 없겠습니까?"

그 일이 있었던 후로, 黃喜(황희)는 크게 깨닫고 함부로 남의 短點(단점)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남을 批判(비판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교훈이 바탕이 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黃喜(황희) 정승은 무려 18년 동안이나 세 명의 임금을 모시며 領議政(영의정)의 자리에 탈 없이 장기간 있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 속담을 보면 '남의 凶(흉)이 하나면 제 凶(흉)은 열 가지다' '가랑잎이 솔잎보고 바스락거린다고 꾸짖는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 등등이 있습니다.

사실, 자신의 欠(흠)과 허물을 알기란 쉽지 않지만 남의 欠(흠)과 短點(단점)은 저절로 눈에 들어오는 법인데, 굳이 보이지 않는 欠(흠)까지 찾으려고 신상털이 합니다.

不協和音(불협화음)이 일어나는 원인은 상대의 短點(단점)과 欠(흠)과 허물에 대해 함부로 놀리는 혀에서 부터 시작됩니다.

특히, 영향력 있는 사회 지도층이 腦(뇌)를 거치지 않고 내뱉는 말로 인해 더 큰 葛藤(갈등)을 야기하는 것이죠.

陳營論理(진영논리)에 깊이 빠져 옳고 그름의 판단조차 못 하는 無知(무지)하고 몰지각한 국민도 한심하지만, 내 편이 아니면 敵(적)으로 생각하는 상식 이하의 일부 정치인들의 심각한 派閥主義(파벌주의)가 국민의 葛藤(갈등)을 더욱더 키우고 있습니다.

상대의 아주 작은 欠(흠)과 短點(단점)은 탈탈 털어 들추어 辛辣(신랄)하게 批判(비판)하면서 자신의 크나큰 실수나 감추고 싶은 부도덕한 행위는 남 탓으로 돌리려 하니 語不成說(어불성설)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欠(흠)의 有無(유무)를 살펴보고 자신의 마음부터 淨化(정화)하는 게 순서입니다. 修身齊家(수신제가)부터 하고 治國(치국)하는 것이 순서이듯이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행여나 미물인 짐승조차 비판하는 말을 혹시나 들을까 봐 귓속말하는 농부의 깊은 配慮心(배려심)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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