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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성동구 ‘필수노동자’ 지원이 부른 ‘나비효과’
[기획] 성동구 ‘필수노동자’ 지원이 부른 ‘나비효과’
  • 윤종철 기자
  • 승인 2020.10.16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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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필수노동자’ 지원 조례 제정... 범정부 T/F 구성
“지자체 조례 한계... 다양한 근로형태 포용 위한 입법 필요”
문재인 대통령 “성동구가 모범... 타 지자체도 동참해 달라”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개인 sns를 통해 '고맙습니다 필수노동자'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개인 sns를 통해 '고맙습니다 필수노동자'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성동저널 윤종철 기자] 성동구(구청장 정원오)가 지난 달 제정한 ‘필수노동자’ 지원 조례가 나비효과가 되어 다시 한 번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 달 만에 개념조차도 생소했던 ‘필수노동자’에 대한 지원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지자체의 동참을 당부했으며 전국적인 범정부 T/F가 구성되기도 했다.

“코로나가 겁나긴 하죠. 그러나 제가 오지 않으면 혼자 아무것도 못하는 어르신을 어쩌겠어요. 그리고 저도 먹고 살기 빠듯 하구요”

요양보호사 지상옥 씨(62, 경력 12년).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비대면’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세가 되었지만, 그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살고 계시는 집으로 찾아가 식사 수발부터 목욕, 기저귀 관리까지 답답한 마스크에 의지한 채 구슬땀을 흘린다.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감염 위험과 12년째 거의 제자리인 저임금이 그의 현실이다.

지 씨와 같이 재난상황에서도 각종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의 안전 확보와 기본생활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노동자를 ‘필수노동자’라 부른다.

주로 취약계층 돌봄과 보육종사자ㆍ의료 지원 인력ㆍ택배 종사자 등 물류 및 교통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다.

특히 필수노동자의 일들은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것이 대부분이다. 재난 상황에서도 사회를 유지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누군가는 현장에서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고 대면접촉과 노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병원에서 의료진을 지원하는 청소원, 급식조리원, 세탁원 등과 요양보호사 등 돌봄노동자가 없다면 우리 사회는 작동을 멈추고 누군가의 생명까지 위태로워진다.

그 피해는 가장 취약하고 어려운 곳에서부터 일어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필수노동자에 대한 개념과 기준도 불분명하고 사회적 인식도 부족한 상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제야 이들의 가치에 대한 조명이 시작된 셈이다.

‘필수노동자’ 조명의 시작

지난달 10일, 서울 성동구에서 전국 최초로 필수노동자를 재조명하고 보호·지원하기 위한 조례(이하 필수노동자 조례)가 공포됐다.

조례가 공포되면서 그간 불분명했던 개념과 기준이 이제야 정의됐으며 이들 필수노동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와 지원이 시작됐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의 경우 이미 필수노동자를 ‘에센셜 워커(Essential-Worker)’, 혹은 ‘키 워커(Key-Worker)’로 칭하며 각종 보호와 지원을 시작한지 오래다.

지난 4월 뉴욕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와 예술가 22명은 타임스퀘어에 필수노동자에 감사를 전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영국 패션잡지 ‘보그’는 올해 7월의 표지 인물로 런던의 기관사, 산부인과 간호사, 슈퍼마켓 점원 등의 필수노동자를 선정했다.

캐나다에서는 최대 16주간 1,600캐나다 달러(약 140만원)의 수당을 직접 지원한다. 미국 대선 후보는 필수노동자 임금 인상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필수노동자들의 보험료를 간접 지원하는 입법도 추진 중이다. 영국에서는 필수노동자 코로나19 검사를 무료로 실시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우리사회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필수노동자들이 그에 합당한 존중과 배려를 받을 필요가 있어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며 “지난 상반기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와중에도 많은 필수노동자들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서도 사회기능 유지를 위해 필요하고 수고로운 노동을 해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사회연대경제지방 정부협의회 토크 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원오 구청장
전국사회연대경제지방 정부협의회 토크 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원오 구청장

‘필수노동자’ 지원 공감대 확산 과정

그러나 사실 지자체 조례로는 이같은 필수노동자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다양한 근로형태에 따른 필수노동자 포용을 위해 입법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에 정 구청장은 필수노동자의 역할과 그 중요성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사회적 이슈 확산을 위해 광역 및 중앙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과의 정책 토론회를 이끌었다.

목민관 클럽 창립 10주년 국제포럼,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주관 ‘코로나 시대의 노동과 사회적 경제’ 온라인 정책토크콘서트에 이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필수노동자를 위한 정책 및 제도 마련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한편 필수노동자 지원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은 개천절인 지난 3일 이낙연 대표가 성동구를 찾으면서 본격화 됐다.

이날 이낙연 대표는 성동구 태진운수에서 버스 노사관계자와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이번 방문은 성동구가 전국 최초로 필수노동자 조례를 제정·시행한 뒤, 정부 차원의 필수노동자 지원 대책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성사됐다.

정 구청장은 이 자리에서 이낙연 당대표 일행에 성동구의 필수노동자 지원 정책을 설명하고, 광역·중앙정부 차원의 동참을 역설했다.

정 구청장은 "기초 지방자치단체 조례만으로는 모든 필수노동자를 지원하기 힘든 데다, 필수노동자 일부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로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해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이에 이 대표는 “필수노동자들의 노고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지원해드리는 일은 늦었지만 당장이라도 시작해야 한다”며 “연휴가 끝나면 바로 일에 착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 구청장님이 뜻깊게 시작하신 일을 벤치마킹 해가면서 전국화하겠다”며 “정식으로 제도에 편입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필수노동자 지원위원회 발족... 본격 지원 시작

성동구는 지난달 24일 ‘성동구 필수노동자 지원위원회’를 발족하고 본격 지원을 시작했다.

지원위원회는 한영희 부구청장을 위원장으로 복지·돌봄, 보육, 보건의료, 운송 분야 등 필수업종 관련 전문가 9명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위촉장을 전달한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성동구가 처음 닻을 올린 필수노동자 지원정책이 안팎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고 전국의 지방정부는 물론 중앙정부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지금 위원회의 역할이 매주 중요하다”며 “성동구에서 좋은 선례를 만들어 필수노동자의 대우를 향상하고 이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

위촉식 이후 1차 위원회에서는 ‘성동형 필수노동자 현물·서비스 지원패키지’ 지원방안을 심의했다.

추석을 앞두고 성동구에서 일하고 있는 복지ㆍ돌봄종사자, 보육시설 종사자, 아파트 경비원 등에게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방역물품을 우선 배부하고, 이후 코로나19 무료검진, 독감예방접종 및 심리치료 지원 등을 실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에 구는 25일부터 요양보호사 등 돌봄인력과 마을버스 기사, 청소·경비 노동자 등 관내 필수노동자 5500명에게 마스크와 손소독제, 격려편지를 넣은 방역물품 세트를 전달했다.

이와 함께 정 구청장은 ‘고맙습니다, 필수노동자’ 캠페인도 시작했다.

필수노동자의 헌신과 공헌에 특별한 존중과 지원으로 화답하자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다. 필수노동자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현하기 위해 직접 손글씨로 “고맙습니다. 필수노동자”를 적어 SNS에 게시하고 다음 사람을 지목하는 릴레이 형식이다.

첫 스타트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제안으로 염태영 수원시장이 맡았다. 정 구청장도 지난달 26일 개인 SNS에 필수노동자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담은 게시물을 게시했다.

정 구청장은 SNS를 통해 “돛을 올린들 바람이 등을 밀어주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성동구가 시작한 필수노동자 조례가 그렇습니다. 우리의 위험을 짊어지고 오늘도 현장을 지키고 있는 필수노동자들이 마땅히 그들이 받아야 할 존중과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여러분이 등을 밀어 주십시오. 그들의 든든한 '백'이 되어 주십시오. 우리의 연대가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습니다”고 전했다.

정원오 구청장과 이낙연 대표가 성동구 내 필수노동자인 버스기사 격려 방문 모습
정원오 구청장과 이낙연 대표가 성동구 내 필수노동자인 버스기사 격려 방문 모습

문재인 대통령 공감... 범정부 T/F 구성

이같은 성동구의 필수노동자 지원을 위한 노력에 문재인 대통령도 공감하고 필수노동자 지원책 마련을 강조하면서 전국적인 확대 궤도에 들어가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도 보건의료 종사자, 돌봄종사자, 배달업 종사자 등의 필수적 노동 위에 서 있다”며 “감염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형태에 놓여 있는 필수노동자들에 대해 각별히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6일 필수 노동자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가 만들어졌다.

기획재정부ㆍ고용노동부ㆍ산업통상자원부ㆍ보건복지부ㆍ중소벤처기업부 등 11개 부처가 참여해 ‘필수노동자’의 안전 확보와 근로여건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8일 ‘사회서비스원 돌봄종사자 격려 영상 간담회’를 통해서는 “성동구가 필수노동자 지원조례를 제정해 모범을 만들고 있다”며 “다른 지자체의 동참을 당부한다”고 다시 한번 힘을 실었다.

현재 성동구는 조례가 규정한 내용에 따라 필수노동자 총괄 지원계획 수립을 위한 부서별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필수업종 종사자의 종류, 사업장 및 종사자 현황, 월 급여 수준 등 근무여건 등을 파악해 공공‧준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종사자로 나누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준공공에서는 사회적거리두기에 따른 위험수당과 안전장구 지급, 건강관리 지원 등 현물‧서비스 지원 등을 검토 중이다.

민간기업과는 협약을 체결 후 자발적 처우개선을 유도하여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원오 구청장은 “비대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필수노동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실 수 있도록 성동구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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