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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竊鈇之疑(절부지의)
[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竊鈇之疑(절부지의)
  • 성동저널
  • 승인 2021.03.0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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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를 훔쳐갔다고 의심하다(즉, 공연한 의심을 하다)
정진성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편집자문위원

[성동저널] 이 말은 중국 秦(진) 나라 呂不韋(여불위)가 편찬한 ’呂氏春秋(여씨춘추)'에 나오는 말인데요, 이웃 사람이 도끼를 훔쳐갔다고 의심한다는 말은 공연히 남의 행동이 미심쩍어 지레짐작하다가 나중에 크게 실수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에는 땔 나무를 하는 쇠도끼가 상당히 유용하게 쓰이는 아주 귀한 연장이었습니다.

고사에 나오는 이야기를 옮겨보면 어느 한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리고 나서 공연히 이웃집 아들을 범인이라 생각합니다.

범인이라 단정 짓고 바라보니 웬걸 그의 걸음걸이가 도끼를 훔쳐간 것으로 보였고 얼굴 표정도 이상스럽게 수상하였으며 말하는 태도마저 꼭 도둑놈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며칠 뒤 혹시나 하고 골짜기를 이리저리 다니면서 수색하다가 도끼를 찾고 나서 다음 날 아침 다시 옆집의 아들을 바라보니 걸음걸이도 그렇고 말투도 그렇고 어느 무엇 하나 도끼를 훔친 범인 같지가 않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웃집 아들은 며칠 전과 오늘 사이에 변한 것이라곤 전혀 없는데 본인 스스로 생각하는바 偏見(편견)에 사로잡힌 觀念(관념)이 단지 사라졌을 뿐입니다.

옳다고 느끼거나 잘못됐다고 짐작되거나 호감이 가든가 이유 없이 미운 마음이 있든가 좌우지간 어떤 생각에 沒入(몰입)하여 觀念(관념)의 捕虜(포로)가 되면 일이 어그러지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서양 속담에 이러한 말이 있습니다.

‘부모의 疑心(의심)은 자식을 狡猾(교활)하게 만든다’ 즉, 부모가 자식을 疑心(의심)하면 자식은 괜한 疑心(의심)을 피하고 싶거나 쓸데없는 誤解(오해)를 불러오기 싫어서 ‘하얀 거짓말’을 하게 만들고 그것이 지속되다 보면 결국은 자식을 狡猾(교활)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서양의 어느 철학자는 ‘진리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물을 疑心(의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했지만 疑心暗鬼(의심암귀)의 말처럼 疑心(의심)하기 시작하면 귀신에 씌운다는 말과 같으니 대수롭지 않은 사소한 일도 疑心(의심)을 하게 되면 점점 더 두려움에 떨어 不安(불안)하다는 말입니다.

불경에도 智慧(지혜)가 없는 자는 疑心(의심)이 끊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옵니다.

즉, 아무것도 아닌 일에 괜한 疑心(의심)을 품고 이에 따라 지나치게 걱정을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머릿속에 박힌 의심스런 생각만을 갖고 남의 의견과 충고는 귀에 들어오지 않아 마음이 닫혀버린 사람과는 疏通(소통)할 수 없으니 함께 어울릴 수가 없다는 결론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호 간의 信賴(신뢰)가 저변에 깔렸어야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지 疑心(의심)이 싹트는 순간 관계도 금이 가는 것입니다.

사회적인 대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를 사귈 때는 좋은 점을 보고 접근하기에 모든 것이 다 좋아 보여 好感(호감)을 갖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뭔가가 不信(불신)을 질러버리면 그 후로 쓸데없이 疑心(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남으로부터 좋지 않은 險談(험담)이 들려오게 되니 自然的(자연적)으로 거리가 멀어지게 됩니다.

결국에는 疑心(의심)이 疑心(의심)을 낳고 사이도 점차 멀어지고 좋았던 관계도 서서히 금이 가면서 급기야는 서로 등을 지는 極端(극단)으로 치닫습니다.

서로간의 만남은 偶然(우연)이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서로의 努力(노력)입니다.

따라서 한 번 믿음을 갖고 사람을 사귀면 그 信賴(신뢰)에 금이 가지 않도록 서로 尊重(존중)하고 配慮(배려)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끝까지 잃지 말아야 합니다.

아울러, 信賴(신뢰)와 믿음이라는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고 앞으로 눈으로 確認(확인)하고 確信(확신)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함부로 推測(추측)하여 疑心(의심)하지 않는 바람직한 習慣(습관)을 길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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