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安步當車(안보당거)
[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安步當車(안보당거)
  • 성동저널
  • 승인 2021.06.04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안히 걷는 것으로 당연히 수레를 대신하다.
정진성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편집자문위원

[성동저널] 前漢(전한)의 학자 劉 向(유향)이 쓴 ‘戰國策(전국책)’에서 齊(제) 나라에 관해서 서술한 齊策(제책)에 이러한 내용이 나옵니다.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 齊(제) 나라에 유능하고 재주가 있지만 벼슬에는 뜻이 없어 草野(초야)에 묻혀 자유롭게 사는 '안 촉'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宣王(선왕)이 찾는다는 전갈을 받고 어쩔 수 없이 궁궐을 찾아 王前(왕전)에 서 있는데 왕이 '안 촉'을 부르며 가까이 오라고 명을 내리자,

'안 촉'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오히려 님께서 자신에게 오라고 합니다. 대열해 있던 고관대작들이 眼下無人(안하무인)격인 '안 촉'을 꾸짖자 그는 태연히 이같이 대답합니다.

"님에게 걸어 나가면 임금에게 굽실거리는 것이 되지만, 임금께서 걸어나와 저를 맞이하면 님께서는 선비를 존중하는 성군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옛날 선비 柳下惠(유하혜)의 무덤을 훼손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했고 왕의 머리를 가져오는 자는 큰 상금을 내린다고 했는데 그만큼 살아있는 왕이라도 죽은 선비만 못하다고 일장 설파를 합니다.

여기서 잠깐 柳下惠(유하혜)라는 사람은 坐懷不亂(좌회불란)이란 말의 주인공이기도 한데요. 어느 추운 날 밤에 길을 잃은 젊은 여인을 발견하였는데 冬死(동사) 직전의 그녀를 자기의 집에 데려와 알몸으로 품어 자신의 체온으로 녹여 살렸는데,

그는 젊은 낯선 여자와 하룻밤을 지내고도 전혀 淫亂(음란)하지 않아, 훗날 지조 있는 남자로 잘 알려졌으며 고고한 선비의 품격을 드높인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어쨌든 왕은 '안 촉'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고위 벼슬과 富貴榮華(부귀영화)를 약속했지만 '안 촉'은 이를 단호히 거절하며 草野(초야)로 돌아가면서 이렇게 말을 합니다.

"끼니를 거르고서 고기를 먹으면 천상의 맛이고 편안하게 걷다 보면 수레를 탄 듯 悠悠(유유)할 것이고 罪(죄)를 짓지 않고 살면 고관대작도 부럽지 않고 淸廉潔白(청렴결백)하게 살아가면 그 자체의 즐거움으로 滿足(만족)할 것이다"라고 합니다.

걷는 것이 수레를 타는 것보다 편하다는 이 말의 속뜻은 벼슬을 멀리하고 청렴한 생활을 한다는 뜻으로 쓰여 安步當車(안보당거)란 말이 유래하였듯이 벼슬을 貪(탐)하며 아귀다툼을 하는 것보다 소소함을 행복으로 알고 건강을 지키며 편안하게 사는 것이 제일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각설하고 최근 KBS2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걷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방송을 하였습니다만 기왕 걷는 것에 대한 말이 나온 김에 올립니다.

현대인의 성인병 예방에 최고라는 걷기운동은 그 효과에 대해 많이들 알고는 있지만 여러 가지 핑계로 잘 지켜지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걷기 운동은 첫째로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우울증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또한, 폐활량 개선에도 도움을 주고 심장마비 예방과 뇌혈관 질환에도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는 이론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겁니다.

게다가 매일 하루 30분 이상 걷기로 치매 발병률도 40% 이상이나 예방할 수 있다니 노인일수록 걷기운동은 보약보다 더 좋은 것입니다.

臥死步生(와사보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라는 말인데요 근육은 쓰면 쓸수록 튼튼해진다고 했습니다.

나이 들수록 건강을 위해 대개가 보약을 드시는데요,

보약보다 더 좋은 것은 매끼 식사이고 매끼 식사보다도 더 좋은 것이 바로 걷기 운동입니다.

어쨋거나, 權力(권력)다툼을 뒤로 하고 草野(초야)에 묻혀 느긋하게 사는 것도 하나의 淸貧樂道(청빈낙도)인데 이쪽저쪽 헤아림은 뒤로 한 채 왜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려 하는지, 權力(권력)에 醉(취)해 있거나 財力(재력)에 눈이 먼 慾心(욕심) 많은 사람들은 安步當車(안보당거)라는 말을 귀담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 성동저널은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2-2299-7770
  • ▶ 이메일 press@seongdongnews.com
  • ▶ 카카오톡 @성동저널
성동저널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정기후원인이 되어주세요.

매체명 : 성동저널
연락처 : 02-2299-7770
은행계좌 : 우리은행 1005-001-127703
예금주명 : 안병욱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성동저널 주요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