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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誰知 烏之雌雄(수지 오지자웅)
[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誰知 烏之雌雄(수지 오지자웅)
  • 성동저널
  • 승인 2021.12.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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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암수를 누가 알겠소(즉,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
정진성 성동전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전널 편집자문위원

[성동저널] 까마귀 하면 反哺之孝(반포지효)가 생각나는데요, 까마귀의 새끼는 어미가 약 60일 동안 먹이를 물어다 키워야 자립할 수 있다고 합니다.

후에 어미가 늙어 날지를 못해 먹이 활동을 못하면 새끼는 거의 두 달 동안 먹이를 사냥하여 어미에게 奉養(봉양)을 한다고 하는데요,

다른 새들은 늙어서 먹이활동을 못하면 1주일도 못 가서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데, 유일하게 까마귀는 늙어 먹이활동을 못해도 새끼의 報恩(보은)으로 두 달 정도를 더 산다고 합니다.

잠시 反哺之孝(반포지효)의 유래를 간단히 보면 晉(진) 나라의 武帝(무제)는 李 密(이밀)이라는 신하를 무척 신임하여 높은 벼슬을 내렸는데, 李 密(이밀)은 할머니를 奉養(봉양)해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답니다.

"한낱 미물인 까마귀도 자신을 길러준 어미의 은혜를 갚는다고 하는데, 늙으신 할머니를 두고 어찌 나갈 수가 있겠습니까? 부디 할머니를 끝까지 奉養(봉양)할 수 있도록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며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할머니를 보살폈다고 합니다.

아무튼, 까마귀는 어미에 대한 報恩(보은)으로 孝誠(효성)스러운 새이지만, 온몸이 검은색이며 울음소리도 괴괴스러워 凶鳥(흉조)로 여겨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체로 검은색은 어둠과 죽음을 상징하는데 이러한 색깔을 온통 뒤집어쓴 새가 까마귀잖아요. 게다가 불길하고 不運(불운)을 가져오는 새로 여겨 멀리 排斥(배척)하기도 합니다.

까마귀는 군집합으로 모여 살지만, 특이하게 리더가 없어 烏合之卒(오합지졸)이라는 말을 생성하게 된 것도 바로 까마귀입니다.

또한 다른 새들은 대부분 수컷이 암컷보다 크고 깃털도 화려하여 쉽게 구분이 되지만 까마귀는 모습도 비슷하고 색깔도 암·수 구분 없이 모두 검은색이라 어느 게 암놈이고 숫놈인지 모르니 誰知烏之雌雄(수지오지자웅)란 말이 나올 수밖에요.

그런데 이 말이 중국 고대 周(주) 나라부터 전해지는 '詩經(시경)'에서 유래됐다니 놀랄만합니다. 까마귀의 암컷과 수컷을 쉽게 구분할 수 없어서, 善惡(선악)이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비유적으로 쓰인 詩經(시경) 小雅(소아)편을 보겠습니다.

“산이 비록 낮다고 하지만 산등성이도 있고 구릉도 있네. 백성의 뜬소문을 어찌하여 막지 못하나. 저 노인장을 불러 꿈을 점치는 사람에게 물어보네. 저마다 자기가 성인이라 하니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구별할 수 있으리" 이 詩(시)는 周(주) 나라의 暴惡(포악)한 幽王(유왕)을 두고 지은 詩(시)라고 알려졌지만 현재 우리나라 정치판도 이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온갖 非理(비리)에 연루되어 있으면서도 양심에 꺼려서 차마 하지 못할 깨끗한 척은 다 하고 게다가 떵떵거리며 사는 것을 보면 世上萬事(세상만사)가 요지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은 온통 검으니 사람 됨됨이를 속속들이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특히, 대권 候補者(후보자)들을 보면 저마다 자기가 善人(선인)이고 有能(유능)하여 최고의 適格者(적격자)라고 떠들어대니 마치 까마귀처럼 암·수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튼, 까마귀의 암·수는 구분할 수 없을지라도 최소한 세상사의 是是非非(시시비비)는 구분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陣營論理(진영논리)에 푹 빠져있다 할지라도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조차도 是非(시비)를 가리지 않고 덮어두거나 善惡(선악)의 구분도 못하고 살아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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