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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東家食 西家宿(동가식 서가숙)
[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東家食 西家宿(동가식 서가숙)
  • 성동저널
  • 승인 2022.01.0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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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집에서 밥 먹고 서쪽 집에서 잠을 자다.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성동저널] 東家食 西家宿(동가식 서가숙)이라는 이 말은 중국 宋(송)나라의 李昉(이방)이 편찬한 太平御覽(태평어람)에 실려 전해지고 있습니다.

얼핏 동쪽에서 밥을 먹고 서쪽에서 잔다는 의미이니 온갖 고생을 하며 무척 바쁘게 일을 한다는 뜻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만 사실은 慾心(욕심)이 아주 많은 사람을 比喩(비유)할 때 쓰이는 말입니다.

이 말의 유래는 이렇습니다.

중국의 齊(제) 나라 사람이 딸이 하나 있었는데 우연찮게 두 곳에서 婚談(혼담)이 들어옵니다.

동쪽의 신람감은 부자지만 얼굴이 못 생겼고 서쪽에 사는 신랑감은 얼굴은 훤칠하고 잘 생겼으나 불행하게도 집안이 무척 가난하였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사위를 선택하기에 아주 난감하여 딸에게 선택권을 주기로 하고 이렇게 묻습니다.

“네가 동쪽으로 가고 싶으면 왼쪽 소매를 걷어 올리고 서쪽으로 가고 싶거든 오른쪽 소매를 걷어 올리거라”라고 하니, 이 말을 들은 딸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양쪽 옷깃의 소매를 다 걷어 올리는 것입니다.

이것을 본 부모는 이상히 여기며 묻기를 "아니 양쪽 소매를 걷어 올리면 어떻게 하겠단 말이냐?” 그러자 딸이 바로 대답하기를 “밥은 동쪽에 가서 먹고 잠은 서쪽에 가서 자면 되지 않나요?”

이렇듯 원래 이 말은 욕심이 지나친 경우를 나타낼 때 쓰이는 말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입니다.

慾心(욕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여러분도 익히 아는 일화 하나 더 소개합니다.

옛날에 기어 다니는 앉은뱅이가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밤이면 얼어 죽지 않으려고 남의 집 굴뚝을 끌어안고 밤을 지새우고 낮에는 장터를 돌고 돌아 빌어먹으며 살아갔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장터에서 같은 처지인 구걸하는 맹인을 만났습니다.

同病相憐(동병상련)이기에 두 사람은 끌어안고 서로 도우며 같이 살기로 하였습니다.

앉은뱅이는 걷지는 못하지만 눈은 멀쩡하니 맹인에게 자기를 업으면 길을 안내하겠다고 합니다. 맹인이 앉은뱅이를 업고 장터에 나타나면 서로 돕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사람들은 두 사람에게 후하게 맛있는 음식도 주곤 하였습니다.

예전보다는 빌어먹고 살기가 훨씬 좋아지자 '보는 놈이 똑똑하고, 먼저 보는 놈이 임자'라고 점차 앉은뱅이는 맛있는 음식을 골라 맘껏 먹으며 맹인에게는 음식을 조금만 나누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앉은뱅이는 살이 쪄 점점 무거워지고 반대로 맹인은 점점 더 쇠약해져 갔습니다.

어느 날 맹인은 앉은뱅이를 업고 시골 논길을 가다가 맹인이 힘에 부쳐 쓰러지면서 두 사람 모두 깊은 도랑에 처박혀 목숨을 잃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앉은뱅이의 욕심에서 볼 수 있듯이 혼자만 배를 채우고 남을 配慮(배려)하지 않으면 결국 자신도 목숨을 잃는 共滅(공멸)의 길을 자초하는 꼴이 되는 것입니다.

慾心(욕심)은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젊은 여자들은 세 명의 남자를 사귄다고 합니다.

첫째는,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誇示(과시)하고 자랑하기 위한 키 크고 잘생긴 남자. 두 번째는 자신의 구매 욕구를 充足(충족)시켜 줄 재력이 넘치는 남자. 세 번째가 실제로 결혼할 착하고 든든한 남자라고 하니,

물론 웃자고 하는 유머 있는 이야기이지만 이 또한 현시대 사람들의 지나친 慾心(욕심)을 反映(반영)하는 거 같아 서글픈 심정입니다.

東家食 西家宿(동가식 서가숙)하고픈 마음이야 실제로 누구나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過慾(과욕)은 禍(화)를 불러들입니다. 지나친 慾心(욕심)은 자신을 해칠 뿐만 아니라 敗家亡身(패가망신)의 길로 인도하는 허접한 誘惑(유혹)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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