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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走馬看山(주마간산)
[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走馬看山(주마간산)
  • 성동저널
  • 승인 2022.03.0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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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타고 달리면서 산을 바라보다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성동저널] 중국에 대해 말할 때 孔子(공자)를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孔子(공자)는 중국의 儒敎思想(유교사상)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孔子(공자)를 빗댄 말 중에 奔車之上無仲尼(분거지상무중니)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仲尼(중니)는 孔子(공자)의 자입니다.

즉, '거칠게 마구 달리는 수레 위에는 孔子(공자)가 없다.' 라는 뜻인데, 원래 聖賢(성현)은 위험한 곳에는 가지 않을뿐더러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질주하는 수레는 危險(위험)하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에 부닥치면 평소 점잖은 孔子(공자)도 人性(인성)을 잃고 右往左往(우왕좌왕)하며 興奮(흥분)한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어서 설명드리면, 바쁠 때에는 학문을 할 수 없고, 위태로울 때는 義理(의리)도 통하지 않고, 災難(재난)에 처하면 살고자 하는 本能(본능)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는 道德君子(도덕군자)라 해도 무너질 수밖에 없으니 右往左往(우왕좌왕)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走馬看山(주마간산)의 원래의 뜻은 중국 唐(당) 나라 중기의 孟郊(맹교)라는 시인이 지은 登科後(등과후)라는 시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시인 孟郊(맹교)는 과거시험에 應試(응시)하였지만 落榜(낙방)을 거듭하다가 46세의 늦은 나이에 겨우 及第(급제)하여 축하 술자리에서 읊은 시가 바로 登科後(등과후)라는 시입니다.

이를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지난날 궁색할 때는 자랑할 것 없더니 오늘 아침에는 우쭐하여 생각에 거칠 것이 없어라. 봄바람에 뜻을 얻어 세차게 말을 모니 하루 만에 장안의 꽃을 다 보았네"

바로 이 시에서 표현하는 것처럼 走馬看山(주마간산)은 달리는 말 위에서 대강대강 본다는 뜻이 아니라, '하루 만에 장안의 좋은 것은 모두 보았다'는 뜻으로 보잘것없었던 자신이 출세 후의 세상 인심이 크게 달라진 점을 諷刺(풍자)하며 쓰였던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말을 타고 빠르게 달리면서 산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일이 몹시 바빠서 이것저것 자세히 살펴볼 틈도 없이 대강대강 훑어보고 지나침을 비유한 말로 현재 變質(변질)되어 쓰이고 있습니다.

追鹿者 不見山(추록자 불견산)이란 말이 있습니다. 즉, 사슴을 쫒는 사냥꾼은 산을 볼 수 없다는 뜻으로 한가지 목적만을 향해 쫒다 보면 주변의 모든 상황을 돌아볼 틈이 없습니다.

정치인들도 매 한가지입니다. 선거에 이기거나 당선될 목적으로 그 목표를 향해 지나치게 집착하고 沒入(몰입)하다 보면 그 手段(수단)이 정도를 크게 벗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목표를 달성하거나, 앞뒤 가릴 것 없이 일단 선거에 당선되고 보자는 잘못된 순간의 행위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면에는, 當選(당선)되면 그 주어진 권력으로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다는 썩어빠진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規範(규범)과 法令(법령)을 어기더라도 우선 당선되고 보자는 못된 사고방식에 의해 무엇보다도 公正(공정)해야 할 선거운동이 不法(불법)과 脫法(탈법)으로 도배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目的(목적)이 훌륭하다 하더라도 잘못된 手段(수단)을 正當化(정당화) 할 수는 없습니다.

바라고자 하는 目的(목적)이 훌륭하다 할지라도 이성을 잃고 마차를 몰다 보면 자칫 落馬(낙마)하여 크게 낭패를 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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