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저널] 이 말은 중국 史記(사기)의 '項羽本기(항우본기)'와 漢書(한서)의 項籍(항적)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겉으로 보아서는 그럴듯하지만 생각과 행동은 사람답지 못함을 나타낼 때 쓰입니다.
강력한 군사력이 있는 楚(초) 나라의 項 羽(항우)가 漢(한) 나라의 劉 邦(유방)에게 秦(진) 나라의 關中(관중) 땅을 선점당해 빼앗겼습니다.
그러나 유방의 측근 張 良(장량)이 먼 훗날을 도모하여 관중 땅을 項 羽(항우)에게 내 주도록 제안하자 劉 邦(유방)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순순히 관중 땅에서 물러납니다.
이에 咸陽(함양)에 진입한 項 羽(항우)는 약탈도 부족해 여기저기 불을 질러 阿房宮(아방궁)을 거의 다 타버리게 하여 폐허를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행패를 부리고 나서 전쟁의 승자이니 약탈한 온갖 금은보화는 물론 많은 미녀까지 거느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때 선비 韓 生(한생)이 나타나 전쟁 중에 중요한 점령지를 떠나서는 안 된다며 적극 말렸지만 우직스러운 項 羽(항우)가 이러한 충고를 무시하자 韓 生(한생)은 물러나오며 무심코 이렇게 탄식했습니다.
"항간에 楚(초) 나라 사람들은 원숭이에게 관을 씌워 놓은 것과 같다고 하는데 그말이 맞는군!" 이러한 혼잣말을 얼핏 엿들었지만, 무식한 項 羽(항우)는 그 뜻을 모르고 陳 平(진평)에게 물어봅니다.
그러자 陳 平(진평)이 이렇게 설명합니다. "원숭이는 관을 써도 사람이 될 수 없으며, 평소 愼重(신중)함이 부족해 관을 쓰면 조바심을 내며, 심지어, 사람이 아니므로 관을 만지작거리다가 의관을 찢어버리기도 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라고 설명하자 이에 열을 받은 項 羽(항우)가 韓 生(한생)을 烹刑(팽형: 끓는 가마솥에 삶아 죽이는 형벌)시킵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겉모습은 그럴듯하게 꾸몄지만 생각과 행동거지가 사람답지 못할 때 沐猴而冠(목후이관)이라는 말을 쓰게 된 것입니다.
도덕성이 缺如(결여)된 어리석은 자가 아무리 때 빼고 광내고 의리 의리 한 의관을 멋지게 쓰고 높은 자리에 앉아봤자 세상을 담을 그릇의 차이는 변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다스릴 度量(도량)이 갑자기 변하겠습니까?
우리는 "밥값 좀 해라"라는 말을 종종 쓰는데요 물론 단순하게 식대를 의미하는 밥값일 수 있지만 엉뚱하게 세금을 축내지 말고 밥벌이 하는 정도의 맡은바 소임을 하라는 겁니다.
그 직위에 맞는 충분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세상을 담을 큰 그릇이 못되니 잡음만 일으켜 끊임없이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 국민의 疲勞度(피로도)만 加重(가중)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국민을 대표한다는 選良(선량)들이 제값을 못하고 세금만 축내는 寄生蟲(기생충)이라고 酷評(혹평)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 또한 大義(대의)를 품은 자가 드물기 때문일 것입니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타당성은 접어두고 그저 我是他非(아시타비: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 하는 爲政者(위정자)들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잖아요.
특히 선출직 공무원은 국민 위에 君臨(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奉仕(봉사)하는 것입니다. 特權(특권)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特權(특권)으로 국민의 삶을 헤아리는 것입니다.
국민의 세금만 축낼 것이 아니라 밥값을 할 정도의 價値(가치)를 지닌 정치인이라면, 분명히 잘못됨을 알면서도 陣營論理(진영논리)에 빠져 자기편에 설 것이 아니라 公正(공정)과 正義(정의)의 편에 서야 합니다.
최소한 그 정도의 良心(양심)은 있어야잖아요. 沐猴而冠(목후이관)의 꼴이 돼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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