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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干卿何事(간경하사)
[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干卿何事(간경하사)
  • 성동저널
  • 승인 2022.07.2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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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무슨 상관인가?(즉, 남 일에 참견할 때 비웃으며 하는 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성동저널] 사돈집 제사상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曰梨曰枾(왈리왈시)가 있지만, 興伊恒伊(흥이항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잠깐 설명 드리자면, 조선 후기 肅宗(숙종) 때 閔氏(민씨) 가문에 閔百興(민백흥)과 閔百恒(민백항)이란 두 형제가 있었습니다.

이 두 형제가 연이어 강원감사를 지냈는데 모두 훌륭하게 선정을 베푸니 세간에서는 형인 興伊(흥이)가 낫다는 둥 동생인 恒伊(항이)가 낫다는 둥 의견이 분분하여 오랫동안 회자되어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興伊恒伊(흥이항이)란 말이 생겨 曰梨曰枾(왈리왈시) 처럼 도대체 너하고 무슨 상관인데 이러쿵저러쿵 하느냐고 빗대어 말할 때 쓰이는 말이 되었습니다.

제가 소개해 드리는 干卿何事(간경하사)란 이 말은 중국 五代十國(오대십국)중에 강남에 있는 南唐(남당)에 이름난 시인들이 많이 배출되었는데, 2대 황제 李璟(이경), 3대 황제 李煜(이욱: 937~978)과 재상 馮延巳(풍연사: 903~960) 그리고 성언웅, 서현등이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 중에 南唐書(남당서) 馮延巳傳(풍연사전)에 나오는 말입니다. 머나먼 변방의 국경을 지키는 싸움터에서 생고생하는 남편을 그리면서 아내의 심정을 읊은 2대 황제 李璟(이경)의 시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細雨夢回鷄塞遠(세우몽회계색원) 보슬비에 꿈을 깨니 닭 울음소리 아득하고 小樓吹徹玉笙寒(소루취철옥생한) 작은 누대에 울어 예는 옥 피리 소리 차거워라.) '馮延巳(풍연사)'의 작품 '謁金門(알금문)'에도 님 생각에 애간장을 녹이는 여인의 심정을 그린 대목이 나옵니다.

"風乍起 吹皺一池春水(풍사기 취추일지춘수)" "봄바람 문득 불어와 연못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누나."

이러한 두 詩(시)를 두고서 황재 李璟(이경)과 재상 馮延巳(풍연사)가 농담을 주고받습니다.

"연못에 잔잔한 물결 이는 것이 경과 무슨 상관이란 말이오!?" 하고 농담을 건네자, "폐하께옵서도 작은 누대에 울어 예는 옥 피리 소리 차가워라"라고 하셨는데 옥 피리 소리가 폐하와 무슨 상관이옵니까?" 라며 농담으로 받아넘겼다고 합니다.

서로의 멋진 詩(시)를 놓고 주고받는 농담입니다만, 실제로는 은연중 상대의 시구를 칭찬하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평가를 합니다.

이러한 멋진 위트와 칭찬이 있는 것과는 달리 자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주변에 습관적으로 남의 말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참으로 많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물론, 남이 뭐라고 해도 맡은 바 임무를 착실하게 잘 처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은 남의 일에 시시콜콜 간섭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업무나 주변 관리를 잘 못 하는 사람이 오히려 이러쿵저러쿵 남의 일에 간섭이 많은 편이죠.

그러니 大人(대인)의 風貌(풍모)를 갖춘 사람이 별로 없는 것입니다. 좀 모자라면 자신을 살필 줄 모르고 才能(재능)이 있다 싶으면 過慾(과욕)을 부리고, 특히, 저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은 남의 일에 끼어들어 간섭하기를 좋아합니다.

자기와 상관없는 일에 曰梨曰枾(왈리왈시)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남의 凶(흉) 보기를 일삼거나, 興伊(흥이)야 恒伊(항이)야 핏대 세우며 말을 하고 싶으시다면, 먼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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