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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감나무 이야기’
[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감나무 이야기’
  • 성동저널
  • 승인 2022.10.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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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성동저널] '쪽' 이라는 말은 모두 아실겁니다. 서로 갈라지거나 즉, '한쪽이 갈라지다' 혹은, 두 쪽이 하나가 되거나 맞서는 것을 말할 때 '쪽'이란 말을 쓰는데요, 손댄 것이 전혀 티가나지 않을 때 '감쪽같다'라는 말을 씁니다.

'감쪽같다'라는 말을 잠시 설명해 드리면, 감나무는 본연의 뿌리가 없습니다. 감의 씨를 뿌리면 고욤나무가 됩니다. 고욤나무와 接(접) 부치기를 해야 감나무가 됩니다.

아무리 야생의 감나무라 해도 어쨌든 인간의 손이 거쳐 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저절로 감나무가 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죠. 고욤나무를 감나무에 接(접) 부치면 나중에 감나무가 자라 전혀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에 "감쪽같다"라는 말이 생성되었다고 합니다.

'감'은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꼭 오르는 과일입니다. 棗栗梨枾(조율이시)는 대추, 밤, 배, 감을 일컫는데, 대추는 씨가 크고 하나라서 王(왕)을 상징하고 밤은 한 송이에 세 톨이 있어 三政丞(삼정승). 배는 씨가 여섯 개라 六曹判書(육조판서)를 의미하고 속이 하얀색이라서 白衣民族(백의민족)을 상징하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감은 씨가 여덟 개라 朝鮮八道(조선팔도)를 상징한다고 하는 俗說(속설)이 있습니다.

어쨌든 감이 탐스럽게 열리면 어느 누가 따 먹어도 그리 서운하지 않을 정도로 하긴, 요즘은 竊盜罪(절도죄)로 바로 감옥행이 될 수 있는 삭막한 세상이지만, 하여튼, 마을 곳곳에 많이 기르는 나무입니다.

중국 唐(당) 나라 때 怪異(괴이)한 사건이나 특이한 風俗(풍속) 등을 기술한 잡학서적 酉陽雜俎(유양잡조)에 나오는 "七絶五常(칠절오상)"은 바로 감나무를 두고 한 말인데요, '일곱 가지의 장점과 다섯 가지의 유익함'을 말합니다.

감나무의 '七絶(칠절)'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나무가 오래 살며(壽:수) 둘째, 많은 그늘이 있어 시원하고(多陰:다음) 셋째, 새가 둥지를 틀지 않으며(無鳥巢:무조소) 넷째, 벌레가 끼지 않고(無蟲:무총) 다섯째, 서리맞은 단풍잎이 보기 좋으며(霜葉可玩:상엽가완) 여섯째, 맛있는 열매가 열리고(嘉實:가실) 일곱째, 낙엽이 넓어 거름이 된다(落葉肥大:낙엽비대) 이러한 일곱 가지 七絶(칠절)에 五常(오상)을 더해 감나무의 價値(가치)를 한 껏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五常(오상)을 설명 드리면, 첫째, 감잎이 넓어 글을 쓸 수 있으니(文:문) 둘째, 나무가 단단하여 화살촉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武:무) 셋째,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똑같이 붉으니(忠:충) 넷째, 치아가 불편한 노인도 달게 먹을 수 있으니(孝:효) 다섯째, 나뭇 잎사귀가 다 떨어져도 과일은 나뭇가지에 끝까지 매달려 있으니 (節:절)이라고 합니다.

감나무를 좀 더 설명해 드리자면, 햇볕이 잘 들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서 자랍니다. 그래서 중부 이남지역에서 많이 자라고 있으며, 감꽃은 보통 5~6월에 피며, 接(접) 부친 후 4~5년부터 과실이 열린다고 합니다.

약 30년은 왕성하게 과실을 생산하며 40년 정도 이후에는 노쇠하여 생산량도 줄고 과실의 품질도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요즘 감이 토실토실하게 익어갈 무렵인데, 七絶五常(칠절오상)이라 불리울 만큼 우리에게 맛있는 과실을 아낌없이 안겨주는 유익한 감나무의 고마움을 아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아무튼, 감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아직 사람이 아니라서 가르치고 배우고 가꾸어야 사람이 되는데, 고욤나무의 생가지를 칼로 째서 接(접) 부칠 때처럼 아픔이 따라야 비로소 감나무가 되듯이 사람도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야 한다는 교훈이 있습니다.

감이 주는 교훈은 이것 말고도,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마냥 기다리는 게으른 사람에게 정신을 차리게 한 교훈도 있고, 감을 수확하더라도 꼭대기의 감 몇 개는 까치밥으로 남겨두는 조상에게서 배울 수 있는 훈훈한 情(정)을 느낄 수 있는 아주 귀한 과실입니다.

특히, 감은 '비타민 C'가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며 '타닌산'이 들어 있어 배탈과 설사를 멎게 할 뿐만 아니라 만성기관지염, 고혈압, 심장질환에도 탁월한 效能(효능)이 있다고 하니 七絶五常(칠절오상)을 상기하며 즐겨 드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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