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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겉과 속이 다르다고?'
[기고]-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겉과 속이 다르다고?'
  • 성동저널
  • 승인 2023.03.31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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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성동저널]중국 南宋(남송) 말에서부터 元(원) 나라 초까지 활약했던 曾先之(증선지)라는 사람이 편찬한 중국의 역사서 十八史略(십팔사략)에 口蜜腹劍(구밀복검)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입에는 꿀을 머금고 뱃속에는 칼을 품고 있다'라는 말인데요, 겉으로는 꿀처럼 달콤한 말로 친한척하지만 내심으로는 陰害(음해)할 생각을 하거나, 돌아서서 헐뜯는 것을 비유한 말입니다. 즉, 겉은 그럴듯하고 상냥하며 부드러운척하지만 속은 陰凶(음흉)한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을 말합니다.

羊頭狗肉(양두구육)이란 말이 있는데요,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서 실제로는 개고기를 판다는 이 말도 겉은 번지르르한데 속이 딴판인 表裏不同(표리부동)한 면에서는 사실 口蜜腹劍(구밀복검)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羊頭狗肉(양두구육)이라는 이 말은 중국 春秋時代(춘추시대:기원전 770년~403년) 말기 齊(제) 나라의 명재상 '안 영'의 언행을 기록한 ‘晏子春秋(안자춘추)’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안 영'은 재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평소 겸손하면서도 탁월한 지도력으로 齊(제) 나라를 강국으로 이끌어 사람들이 晏子(안자)라고 부르며 무척 존경했습니다.

유래를 잠시 설명해 드리자면 齊(제) 나라의 靈公(영공)은 남장 여인을 좋아하는 이상한 취미가 있다 보니 궁궐의 모든 궁녀에게 남장을 하고 시중들도록 하였습니다.

그러자 이것이 무슨 하나의 풍습처럼 일반 어염집의 여인들마저 모두 남장을 하고 다니니 저작거리가 볼썽사나운 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왕이 엄명을 내려 남장을 금지했지만 한 번 뿌리박힌 풍습이 근절되지 않자 靈公(영공)은 재상 '안 영'을 불러 대책을 의논합니다.

재상 晏 子(안자)는 즉각적으로 대답하기를 ‘궁중에서는 그대로 남장을 하도록 허용하고 궁궐 밖에서만 남장을 못하도록 統制(통제)하면 이는 마치 소머리를 문에 걸어놓고 말고기를 파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靈公(영공)은 재상 晏 子(안자)의 이 말을 듣고 깨닫는 바가 있어 궁궐 밖에서는 물론 궁궐 안에서도 일절 남장을 금지하도록 공표하니 드디어 그 풍습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여기서는 牛首馬肉(우수마육)이라 하여 소머리를 걸어놓고 말고기를 판다고 되어 있는데 이 말이 오늘날 羊頭狗肉(양두구육)으로變質(변질)하여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말은 예전에 여당의 이준석 前 대표가 이른바 '내부총질' 텔레그램 문자가 공개된 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를 받아와서 판다"고 적어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말입니다.

어쨌든 겉과 속이 다르다는 면에서는 表裏不同(표리부동)과 별반 차이가 없는 말인데 이 表裏不同(표리부동)하다는 말을 요즘 수박에 비유하여 뉴스에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른 대표적인 과일인데요, 요즘 수박이 뉴스에 등장하는 이유는 잘 아실 겁니다.

제철도 아닌데 뜬금없이 수박이 등장하듯이 요즘은 '차도남'이란 속어가 난데없이 등장하는데요, 차도남'은 '차가운 도시 남자'라는 뜻인데 이에 파생된 '까도남'이란 말이 불쑥 등장한 것입니다.

'까도남'의 뜻은 '까칠하고 도도한 남자'이거나 '까칠한 도시 남자'라는 뜻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이 '까도남'이 "까도 까도 도둑 같은 남자"로 變質(변질)하여 쓰이는데, 그 이유가 분명 있을 겁니다. 말의 變遷(변천)도 시대적 狀況(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아 쓴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아무튼 個人(개인)이건 지도자의 位置(위치)에 있는 高位(고위) 管理(관리)이건 또는 財閥(재벌)이건 政治人(정치인)이건 세상사는 理致(이치)는 다를 게 없습니다.

아무리 겉과 속이 다르다고 수박을 깬들 本質(본질)은 本質(본질)이고 틀림은 틀림이고 잘못은 잘못입니다.

公正(공정)과 正義(정의)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公平(공평)한 잣대는 분명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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