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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반도체 미수답(美水畓)’, 복합 경제 위기 서둘러 돌파구 찾아야
[기고]-‘반도체 미수답(美水畓)’, 복합 경제 위기 서둘러 돌파구 찾아야
  • 성동저널
  • 승인 2023.05.0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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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성동저널]세계 반도체 시장이 침체 늪에서 헤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충격을 넘어 공포를 자아낼 정도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26일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5조 881억 원, 영업손실 3조 4,023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두 분기 연속 적자로 매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58.1%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조 8,984억 원을 기록한 지난해 4분기보다 79% 커졌다. 삼성전자도 하루 뒤인 지난 4월 27일 2023년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전 년 동기 대비 95.47% 감소한 6,402억 원을 기록했다고 27일 공시했다. 지난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 6,000억 원 규모 적자를 내며 실적이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63조 7,454억 원으로 전 년 동기 대비 18.05% 줄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분기(5,900억 원) 이후 14년 만이다.

반도체 기업들의 적자는 그 자체도 문제지만 한국 경제 ‘펀더멘털(Fundamental/기초체력)’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 수출액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면서 경제 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기여도가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이런 결과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전기 대비 –0.4%)’을 기록한 이후 마이너스(-)가 이어지고 있고, 올 1분기도 0.3% 상승에 그쳤다.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어 무역수지는 작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1일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 누계는 265억 8,400만 달러(약 35조 3,000억 원)까지 쌓였다. 4월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적 적자 폭이 역대 최대였던 작년 적자 477억 8,500만 달러의 55.63%까지 올라온 것이다.

무역적자는 달러 수급과 원화 가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전반적인 달러 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새로 쓰는 등 주요 통화 가운데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달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42.87원을 기록한 데 이어 전날 대비 1.7원 오른 1,338.0원에 장을 마감하며 연고점을 새로 썼다. 수출 경기 회복이 단기간에 어렵고 경제 전망도 좋지 않아 환율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기준금리(4.75~5.0%)보다 한국의 기준금리(3.5%)가 상단 기준 1.50%포인트나 낮고, 북한 도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수준이어서 한·미 통화스와프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27일 발표한 ‘2023년 3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은 974억 9,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3,000만 달러 줄었다. 거주자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IMF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지수(Assessing Reserve Adequacy/ARA)는 97.0%를 기록했다. 한국의 IMF ARA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61.5%, 1999년 86.4%로 IMF 권고 수준을 밑돌다가 2000년(114.3%) 이후 2019년(108.1%)까지 100%를 상회했다. 하지만 2020년 98.9%로 떨어진 뒤 2021년(99%), 2022년까지 3년째 권고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 IMF ARA는 단기외채, 통화량, 수출액, 포트폴리오 및 기타 투자 부채 잔액을 기반으로 산출한 국가별 외환보유액의 적정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보조지표로 IMF는 통상 100~150%를 적정한 외환보유액 수준으로 본다.

현재로선 반도체 업황이 언제쯤 개선될지 시기를 가늠하기조차 매우 어렵다. 설령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V자’ 반등은 낙관할 수 없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재편하려는 미국 전략으로 인하여 한국 기업들은 투자·판매 같은 기본적인 경영 활동조차 미국 눈치를 봐야 한다. 대통령실은 4월 28일(현지 시각)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침스법)」에 대한 구체적 해법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여준다는 방안에 대해 명확히 합의했고, 명확한 지침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없지 않다. 그동안 미국 정부가 제시한 갖가지 조건과 규제를 한국 반도체 업계에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바꿔 주기를 바랐지만, 회담 전후로 이와 관련한 구체적 결과물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이다. 그나마 미국 정부의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에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이 4월 26일(현지 시각)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난 뒤 공동 성명을 통해 “양 정상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이 기업 활동에 있어 예측 가능성 있는 여건을 조성, 상호 호혜적인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정부는 각종 규제를 내세우며 사업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특히 2월 말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지원법」 기준으로 제시한 ▷일정 기준 이상의 수익이 나면 이익을 미국 정부에 반납하고, ▷반도체 공장 내부도 공개하라는 조건이 지나칠 정도로 깐깐했다. 게다가 10월이 되면 ▷첨단 반도체용 생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된다.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는 우리 기업들도 당연히 적용받는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대만·일본·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며 성장한 ‘반도체 천수답(天水沓)’ 경제에서 미국 정부의 눈치만 볼 수밖에 없고 미국 정부의 선처만 기대하는 ‘반도체 미수답(美水畓)’ 경제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어 특단(特段) 대책이 긴요하다.

무엇보다도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가 시작되는 10월이 오기 전에 장비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피해를 최소화해야만 한다. 그동안 한국 경제의 경험치로는 수출과 내수 부진이 가속화 할수록 금융시장에서는 언제든지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폭등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개연성이 크고, 환율 불안과 반도체 불황이 겹치면 한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25년 전 외환위기 직전에도 반도체 경기가 최악이었음을 상기하고 정부의 비상한 각오와 결연한 의지로 복합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를 서둘러 찾고 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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