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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살인적 초고금리 불법사금융, 취약계층 보호대책 서둘러야'
[기고]-'살인적 초고금리 불법사금융, 취약계층 보호대책 서둘러야'
  • 성동저널
  • 승인 2023.06.0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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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성동저널]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았던 물가상승률이 2022년 2월(3.7%) 이후 14개월 만에 3%대를 기록하며 지난 4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7% 상승했다. 아직도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보다는 무려 1.7%포인트나 높은 고물가의 지속과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인해 올 1분기 가계의 명목소득은 늘었지만,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 증가율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서민 살림살이는 오히려 후퇴했다. 특히 소득 하위 20% 가구는 역대 최대인 월 46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공공요금 인상의 여파로 연료비는 역대 최대 폭으로 늘었으며, 고금리로 인해 이자 비용 역시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통계청이 지난 5월 25일 발표한 ‘2023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명목소득은 505만 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1분기 482만 5,000원보다 4.7%나 늘어났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소득은 458만 원으로 전년도 1분기와 똑같았다. 월급봉투에 찍힌 숫자는 늘어났지만, 가계의 실질적인 삶은 제자리에 머문 셈이다. 다만 통계청은 실질소득이 감소에서 보합(0.0%)으로 전환된 것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23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올 1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853조 9,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0.7%나 줄었다. 지난해 1분기 1,862조 9,000억 원보다는 9조 원이나 감소했다. 참으로 다행스럽지만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커져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는 늘고 있다. 게다가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부실·적자 기업도 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22년 말 기준으로 총 2,347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상장 기업의 17.5%가 ‘한계기업’이라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올해 1.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2.8%)보다 1.3%포인트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 한국경제 전반에 진하게 드리운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급등하는 고금리 속에 제도권 서민금융의 마지막 보루로 꼽히는 대부업체들마저 대출 문턱을 높인데 다 법정 최고 금리가 연 20%로 묶이는 바람에 지난해 최대 7만 1,000명의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체에서마저도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났다. 고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법정 최고금리를 꾸준히 낮춰 왔지만, 저신용·저소득층의 제도권 금융 탈락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진 만큼 관련 규제 완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또 불법사금융 이용자 10명 가운데 1명은 연 1,200%를 넘는 초고금리를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5월 15일 서민금융연구원이 신용평가사 자료를 바탕으로 6∼10등급 저신용자 5,478명과 대부업체 23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 발표한 ‘저신용자 및 대부업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평점 하위 10%(NICE 기준)에 해당하는 저신용자 중 불법사금융으로 신규 유입된 규모는 최소 3만 9,000명에서 최대 7만 1,000명으로 추정된다. 전년도 최소 3만 7,000명에서 최대 5만 6,000명보다 하단 추정치는 2,000명, 상단 추정치는 1만 5,000명 늘었다. 이는 NICE신용평가 자료를 바탕으로 저신용자의 대부업 대출 승인율, 불법사금융 이동률 및 이동금액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추정한 결과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대부업체를 이용하다 불법 사금융업자를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4.1%에서 4.9%로 늘었고, 설문에 응답한 저신용자 가운데 68.0%는 등록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해 지난해 63.4%와 비교해 4.6%포인트 증가했다. 최근 기준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진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을 중단하거나 크게 줄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부업체 중 76.2%는 2021년 7월 최고금리가 24.0%에서 20.0%로 내린 이후 월평균 신규 신용대출 승인율이 줄었다.

불법사금융 이용자 중 77.7%는 불법사금융 업자인 것을 인지하고서도 돈을 빌렸다고 답했다. 이용 중인 불법 사금융업자 수가 ‘1명’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3.6%, ‘2명’은 26.4%, ‘3명’이 12.1% 등으로 나타났다. ‘6명 이상’을 이용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10.2%로 전년 4%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불법사금융 이용자는 평균 2.4명의 불법 사금융업자에게 돈을 빌리고 있다는 것이다. 불법사금융 이용자 중 41.3%가 1년 기준 원금 이상의 이자(연리 100% 이상)를 부담하고 있었다. 연 240% 이상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는 비율도 33.1%로 2021년 22.2%에 비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 1,200%를 초과하는 초고금리 이용자도 10.8%에 이르렀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지난해 시중금리가 대폭 상승했지만 연 20%에 묶인 법정 최고금리로 대부업체마저 대출 문턱을 높이며 저신용·저소득 취약 대출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라며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서민들이 누리는 빚 부담 경감 효과보다는 대부업 시장에서 배제되는 부작용이 더 크다.”라고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8∼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7.9%포인트(27.9% → 20.0%) 하락한 결과 이자 부담은 1인당 약 62만 원 감소했다. 반면, 대부업 이용자는 같은 기간 약 135만 3,000명이나 감소했다. 이 중 약 64만에서 73만 명이 불법사금융으로 이동(1인당 약 1,700만 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를 시중금리에 연동한 ‘시장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도입 등을 통해 서민 대출의 숨통을 틔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고금리를 고정적으로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을 감안해 탄력적인 변화가 가능하도록 여지를 두는 방식이다. 이번 설문에서 대부업체들은 적정 최고금리 수준으로 ‘연 24% 초과∼27% 이하’(52.2%)와 ‘연 27% 초과∼30% 이하’(21.7%)를 주로 꼽았다. 금융당국도 ‘시장연동형 최고금리’를 검토한 바 있으나 국회 반대로 논의가 잠정 중단된 상태에 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신용회복위원회 개인워크아웃, 법인의 개인회생·파산 신청을 택하겠다.’라는 비중이 23.6%로 가장 높았고, ‘정부 정책금융(햇살론 등)을 이용하겠다.’라고 응답한 비율도 19.7%를 넘어섰다. 이를 감안한 금융정책이 긴요하다. 연 20%에 묶인 법정 최고금리로 인해 대부업체마저 대출 문턱을 높이며 저신용·저소득 취약차주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민금융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 활성화로 금융 소외를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단기·소액대출은 금리상한을 연 36% 수준으로 높게 설정해 더 큰 불법사금융 피해를 막아야 한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마저 대출을 줄줄이 중단하면서 갈 곳이 없는 금융 취약계층들은 어쩔 수 없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천문학적인 초고금리인 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불법사금융을 감지덕지하며 쓸 수밖에 없는 서민취약계층의 어렵고 힘든 경제 여건이다. 온라인 대부 중개 사이트에는 몇십만 원이라도 급전을 구하려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당장 10만 원이 없어서 애가 타는 사람들을 상대로 연 이자율이 3,000%를 넘는 악성 소액 단기 대출까지 기승을 부리는 게 현실이다.

급전은 대부분 ‘30-50’, ‘50-80’등의 형식으로 이른바 ‘주변 대출’로 진행된다. 예컨대 30만 원을 빌리고 일주일 뒤에 50만 원을 갚는 방식이다. 일주일 안에 갚지 못하면 연장 비용이 10만 원, 20만 원 등으로 추가 발생한다. 순식간에 갚아야 하는 금액은 원금의 2배 이상으로 급격히 불어난다. ‘30-50’ 방식은 겉으론 금액이 적어서 부담이 커 보이지 않지만 연 금리로 따지면 3,400%가 넘는 고리다. 법정 최고금리 20%의 무려 170배다.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그야말로 살인적 초고금리 불법사채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초고금리로 취약계층을 울리는 불법사금융을 척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가는 가운데 여전히 불법대부, 유사수신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관련 피해 신고·상담 건수는 1만 913건으로 전년보다 10%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부문별로는 미등록 대부, 법정 최고금리(20%) 초과, 불법채권추심 등 불법대부 관련 신고 건수가 1만 350건으로 12%나 늘었다.

이 가운데 서민·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미등록 대부’는 4,617건으로 10.9%, ‘법정 최고금리(20%) 초과’는 3,216건으로 42.6%, ‘불법 채권추심’은 1,109건으로 27.6% 각각 증가했다. 유사 수신은 563건으로 17.2% 줄었다. 다만 가상자산을 매개로 한 유사수신 피해 관련 상담·문의는 199건으로 전년보다 67.2%나 급증했다. 전체 피해신고·상담 건수는 단순문의·상담(4만 9,593건)을 포함해 6만 506건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금융감독원은 불법사금융 피해신고 중 혐의가 구체적이고 피해자가 형사처벌을 희망하는 495건에 대해 수사당국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부도 어려운 경기 여건 속에서 서민 고통을 가중시키는 불법사금융을 신속하게 적발하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 25일 ‘불법사금융 척결 범정부 태스크포스(TF)’의 후속조치로 5월 26일부터 10월 31일까지 ‘불법사금융 피해 특별근절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현재 운영 중인 ‘성착취 추심 등 불법채권추심 특별 근절기간’을 확대하고, 경찰청의 ‘민생침해 금융범죄 특별단속’과 연계해 운영할 방침이다. 또한 불법사금융 피해예방 및 피해구제 방법에 대해 적극 상담하고, 특별 신고‧제보기간에 접수되는 신고 건에 대해 법률(채무자대리인‧소송대리인) 및 금융(정책서민금융상품 등) 등 지원방법을 신속히 안내하기로 했다.

불법사금융 특별 신고 또는 제보 대상은 ▷최고금리 초과, ▷미등록업자의 불법대부 행위, ▷불법채권추심 행위, ▷금융사기 행위 등이다. 현행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미등록대부업자의 이자율 제한)에 의거 미등록대부업자가 대부 하는 경우의 이자율에 관하여는 「이자제한법」 제2조(이자의 최고한도)에서 정한 연 25%를 초과할 수 없다. 이 최고이자율을 초과하여 이자를 받은 자는 「이자제한법」 제8조(벌칙)에 의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불법 사채업자들의 위압적인 폭언과 폭력 행사나 행사할 듯 겁박하는 분위기에 불안과 공포로 곤욕스러울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금융감독원과 경찰은 서둘러 불법 사채업자들에 대한 단속과 감시를 더욱더 철저히 하고 처벌을 대폭 강화해 서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발본색원해야 한다. 아무리 사채업자라고 해도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이자 계약은 법 위반으로 당연히 무효이고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는 투자권유는 유사 수신 행위로 의심할 필요가 있다. 적극적으로 불법사금융 피해를 신고하거나 제보해 선의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채무자 대리인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함은 물론이다. 불법사금융이 의심된다면 유선번호 1332(→3번), 112로 신고하거나 온라인 금융감독원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하면 된다. 무엇보다도 서민금융 위축이 ‘불법사채 풍선효과’로 이어지는 최악의 부작용만큼은 어떠한 경우라도 원천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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