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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버릴 건 버려야지!'
[기고]-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버릴 건 버려야지!'
  • 성동저널
  • 승인 2023.06.02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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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성동저널]옛적에 동양의 선비들은 富(부)를 등한시하고 오로지 淸貧(청빈)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 실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서양 격언에도 "재산이 많으면 큰 束縛(속박)이고 재산이 적을수록 근심도 적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은 재산을 모으기 위해 束縛(속박)에 갇혀 살며 근심을 동반하고 살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아무리 淸貧(청빈)하게 살려고 해도 최소한의 衣食住(의식주)는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백성이 배부르고 따뜻하게 지내면 그것이 바로 王道政治(왕도정치)라고 주장한 孟子(맹자)도 '無恒産 無恒心(무항산 무항심)' 즉,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 바른 마음도 없다'의 뜻인데 일정하게 생계를 유지할 바탕이 없으면 자칫 기본을 잃고 逸脫(일탈)한 생활을 하거나 때론 중심을 잃고 彷徨(방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옛 聖賢(성현)들은 최소한의 衣食住(의식주)만 해결할 수 있으면 더 이상 慾心(욕심) 내지 말라며 安貧樂道(안빈낙도)를 강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慾心(욕심) 내지 않고 수수하게 살며 悠悠自適(유유자적)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옛 聖賢(성현)들을 제외하고 몇이나 있겠습니까? 아흔아홉 섬 가진 사람이 백 섬을 채우겠다고 한 섬 가진 사람의 것을 뺏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그 慾心(욕심)을 버려야 나에게 이롭습니다.

鏡峰(경봉:1892~1982) 스님에 대해 잠깐 언급할까 합니다.

鏡峰(경봉)스님은 "밥 먹었나?"란 말로 유명한데요,

鏡峰(경봉)스님은 道(도)를 깨우치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신도들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밥 먹었나?” “안 먹었습니다” 그럼 “공양간에 가서 밥부터 먹어라”

스님이 말하길 내가 ‘밥 먹었나?’ 하는 것은 眞理(진리)의 밥을 먹었는가를 묻는 말이다.

그런데 내 意中(의중)을 모르니 그냥 '안 먹었습니다’라고 대답을 한다.

‘안 먹었습니다’라고 대답을 하니 '공양간에 가서 밥부터 먹어라’라고 할 수밖엔 없었다고 말을 합니다.

이를 알고 “밥은 먹고 왔습니다”고 하면서 “어떻게 하면 修養(수양)을 잘할 수 있습니까?”

이렇게 되묻는 修行者(수행자)가 있으면 “밥 잘 먹을 줄 알면 된다” “어떻게 하면 성공을 할 수 있습니까?” “밥 잘 먹을 줄 알면 된다” 밥 잘 먹을 줄 알면 즉, 眞理(진리)를 터득하면 공부를 잘하고, 성공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밥을 어떻게 먹어야 잘 먹는 것인지는 현대의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話頭(화두)입니다.

眞理(진리)의 밥을 잘 먹기 위해서는 잘 버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잘 버리는 것도 道(도)를 닦는 것이라며 鏡峰(경봉)스님은 화장실을 '解憂所(해우소)'라는 아주 멋진 이름을 붙힌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6.25 전쟁이 끝난 직후 鏡峰(경봉) 스님이 통도사 극락암 호국선원 조실로 있을 당시에 두 개의 나무판자에 붓으로 글자를 써서 侍奉(시봉)에게 주었습니다.

하나는 解憂所(해우소)라고 쓰여 있었고, 다른 나무판자에는 休急所(휴급소)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두 나무판자는 각각 큰일을 치르는 곳과 소변을 보는 곳이라고 명했습니다.

休急所(휴급소)는 급할 때 쉬어가는 곳. 즉, 소변을 보는 곳이라고 명명하고 解憂所(해우소)는 근심을 해결하는 곳. 즉, 대변을 보는 곳이라고 명명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鏡峰(경봉) 스님은 참뜻을 전달하는데 "이 세상에서 가장 급한 것이 무엇이냐면 바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는 일이야. 그런데도 중생들은 火急(화급)한 일은 잊어버리고 바쁘지 않은 것을 가지고 바쁘다고 해. 내가 소변보는 곳을 休急所(휴급소)라고 한 것은 쓸데없이 바쁜 마음을 버리고 쉬어가라는 뜻이야.

그럼 解憂所(해우소)는 무슨 뜻이냐? 뱃속에 쓸데없는 것들이 많이 들어 있으면 속이 답답하고 근심 걱정이 생기지, 그것을 다 버리는 거야. 休急所(휴급소)에 가서 급한 마음을 쉬어가고 解憂所(해우소)에서 근심 걱정 다 버리고 가면 그것이 바로 道(도)를 닦는 거야” 라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鏡峰(경봉) 스님이 설법한 深悟(심오)한 道(도)를 깨우치지는 못할지라도 '나는 누구인가?'는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이며 온갖 雜念(잡념)과 慾心(욕심)을 버려야 함은 틀림없습니다.

버릴 건 버려야지 온갖 것을 싸들고 짊어지면 그만큼 試鍊(시련)도 커지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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