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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엎질러진 물’
[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엎질러진 물’
  • 성동저널
  • 승인 2024.05.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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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성동저널] 중국 南宋(남송)의 王楙(왕무: 1151~1213)가 엮은 ‘野客叢書(야객총서)’에 覆水不返盆(복수불반분)이란 말이 있습니다.

줄여서 '覆水不收(복수불수)'라고도 쓰는데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 말의 유래를 잠깐 설명해 드립니다.

周(주) 나라를 세운 武王(무왕)을 도와준 공덕으로 재상을 지내고 齊(제) 나라의 제후가 된 '태공망'은 사실 결혼 초기에는 끼니조차 제대로 때우지 못하던 서생이었습니다.

부인 馬(마)씨는 결혼 후 지긋지긋한 고생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친정으로 도망쳤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태공망'의 형편이 나아지자 馬(마)씨 부인이 다시 찾아와서 잘못했다고 재결합을 요구하며 읍소를 합니다.

그러자 '태공망'은 마당에 물그릇을 엎은 뒤 부인에게 그 물을 도로 담아 보라고 합니다.

馬(마)씨 부인이 어찌할 줄 모르자 '태공망'이 말하길 "그대는 쉽게 헤어졌다가 다시 합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쏟아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는 법이오!" 하며 뼈있는 일침을 놓았다고 합니다.

이와 비슷한 또 하나의 이야기는 중국 前漢(전한)시대 무제(武帝) 때에 朱買臣(주매신)이라는 정치가가 있었는데 가난한 생활에도 독서를 무척 좋아해 아내가 땔나무를 팔아 겨우 끼니를 해결하는 처지였습니다.

참다못한 부인이 緣分(연분) 끊기를 요구하자 朱買臣(주매신)은 조금만 더 참으면 지긋지긋한 고생이 끝나고 잘 살 수 있을 것이라 했지만 부인은 이대로 고생만 하다가 굶어 죽을 수 없다며 친정으로 내뺐습니다.

얼마의 세월이 흘러 출세한 朱買臣(주매신)은 고향의 태수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행차하던 중에 예전의 부인이 새로운 남편과 함께 길을 내는 공사장에서 노역을 하고 있음을 우연히 발견합니다.

안쓰러운 마음에 부부를 마차에 태우고 관가로 데리고 가 음식을 대접하고 새 옷을 주며 노고에 보답하는 것이니 개의치 말라 했지만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한 부인은 돌아가는 길에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한 買妻恥醮(매처치초)의 안타까운 말도 있습니다.

젊었을 때 같이 고생한 아내는 결코 내칠 수가 없다는 糟糠之妻(조강지처)의 말은 남편이 고생한 아내를 내칠 수 없다는 아름다운 말인데 아내가 고생을 참지 못 하고 남편을 버린 경우로 당시로써는 보기 드문 예입니다.

결혼하여 부부의 인연을 맺으면 偕老同穴(해로동혈)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백세시대라는 요즘은 젊은 부부가 성격차이로 쉽게 헤어지기도 하며 더구나 오랫동안 함께 해왔던 노부부도 더 이상은 못참겠다며 黃昏離婚(황혼이혼)도 불사합니다.

게다가 혼인관계는 유지하지만 서로 간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간다는 卒婚(졸혼)마저 유행합니다.

卒婚(졸혼)은 혼인 관계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남편과 아내의 의무와 책임에서 벗어나 각자의 여생을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서로 합의해 卒婚(졸혼)을 한다고 합니다.

卒婚(졸혼)은 하지 않았더라도 무늬만 부부인 '쇼윈도우 부부'가 부쩍 늘었다고 하는데요,

정상적인 부부생활은 못하면서 겉으로는 이상이 없는 부부처럼 행동하지만 실상은 한지붕 아래에서 별거 아닌 별거를 하며 서로 간섭을 하지 않고 산다고 하니 세상사 변천이 그저 새롭기만 합니다.

05월 21일은 '부부의 날'입니다. 가정의 달(0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으로 '부부의 날'로 정했다고 합니다.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행복한 부부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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