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저널] 중국 춘추시대의 전략가 孫武(손무: 기원전 575~470)의 손자병법에 ‘知彼知己 百戰百勝(지피지기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백 번 이길 수 있다"라는 말이잖아요. 즉, 상대를 알면 어떤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는 것이 곧 힘이다"란 말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대처할 방법을 알면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아는 것이 힘'이란 말과 같이 여럿이 있을 때는 물론, 혼자 있을 때도 여유롭고 당당하게 뒤틀어진 일을 해결해 나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즉, 사태를 알아야 뭐든 상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不知知病(부지지병)이란 말이 있습니다. 모르면서 안다고 하는 것은 병이란 뜻인데, 조금 안답시고 함부로 덤벼들다가 망신살이 하는 경우를 경계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모르는 게 약이다'란 말이 통하는 것입니다. 老子(노자: 기원전 6세기경)가 도덕경에서 이렇게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知不知上 不知知病(지부지상 부지지병) 夫唯病病 是以不病(부유병병 시이불병) 알면서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좋다.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하는 것은 병이다. 병을 병으로 알아야만 병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옛 성인은 병이 없는 이유가 자신의 병을 병으로 알기 때문에 병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 세상 사람들이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것을 비꼬았습니다.
일찌기 고대 그리스 철학자 스크라테스(Socrates: 기원전470~699)도 '내가 아는 모든 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란 명언을 남기지 않았습니까?
사람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활동영역도 넓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면 몰랐던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는 것이죠.
영역이 넓어짐에 따라 새로운 지식이 쌓이면 그에 따른 겸손도 익혀야 하는데, 미처 겸손은 따라가지 못하고 새로이 알게 된 것에 대해서만 건방을 떠는 것입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빈 깡통이 소리만 요란한 것처럼 그저 아는 체에 열을 올리는 사람을 볼 수 있잖아요.
사람은 은연중 남을 무시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들보다 우월해 보이려고 3척을 한다고 하는데, 3척은 '있는 척', '아는 척', '잘난 척'을 말합니다. 이 또한 인간의 속성으로 인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있는 척하는 사람치고 밥 한 번 술 한 번 사는 사람 없지 않습니까?
수박 겉핧기 식으로 조금 아는 사람이 요란스럽고, 진짜 잘난 사람은, 진주가 진흙 속에 묻혀 있다고 해서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 것처럼 굳이 빛을 발하려고 억지로 내세우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영위하거나 대인관계를 맺을 때 이른바, 3척을 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없으면서 있는 척하고 모르면서 아는 척하고 못 났으면서 잘난 척하는 사람의 곁에는 사람들이 점점 더 멀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세상사 너무 몰라도 탈이지만, 복잡한 세상사를 모두 알 수도 없을뿐더러 전부 알아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모르면 솔직히 모른다고 하고, 아는 것도 굳이 자기를 내세우려는 욕심으로 나대다가 안 먹을 욕을 먹는 꼴은 되지 말자는 뜻입니다.
그래서 중용의 도를 지키는 것 아닙니까? 있는 것을 지나치게 자랑하고, 아는 것을 자랑하고, 잘났다고 자랑하면 오히려 자신의 품격을 격하시키는 우를 범하는 꼴이 됩니다.
중국의 성인 공자의 말로 이 글을 맺겠습니다.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곧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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