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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고재득 구청장 기고문 "싱글아빠에게도 행복추구권을"
성동구 고재득 구청장 기고문 "싱글아빠에게도 행복추구권을"
  • 성동저널
  • 승인 2012.02.1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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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득 성동구청장

알을 지키기 위해 수컷은 수많은 침입자를 물리치고 지느러미로 끊임없이 부채질을 해 둥지 안에 새 물을 넣어준다. 갓 부화한 새끼들이 먹이를 찾아 돌아다닐 수 있을 때까지 수컷 가시고기는 식음을 전폐한 채 잠도 자지 않고 새끼들을 지켜낸다.

가시고기의 부성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느러미와 주둥이가 모두 헐어버린 가시고기는 스스로 둥지 앞에서 숨을 거둔다. 하지만 새끼들은 아비의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죽은 아비의 살을 뜯는다고 한다. 먹이 사냥에 서툰 새끼들을 위해 죽어서까지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것이다.

소설가 조창인의 휴머니즘 소설「가시고기」도 맥을 같이 한다. 백혈병의 아들을 홀로 돌보는 아버지는 간암 말기의 시한부 인생임에도 자신의 각막을 팔아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하고, 덕분에 완치된 아들은 자식을 버렸던 엄마와 함께 프랑스로 떠난다. 아버지는 쓸쓸히 홀로 강원도의 산골에서 숨을 거둔다. 연극으로도 탄생된 이 소설의 가슴절절한 부성애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보통 모성애로 표현되곤 하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부성애라고 해서 더 작지는 않을 것이다. 부모의 사랑에 차별이 있을리 없지만 ‘모성애’에 비해 ‘부성애’에 대한 낯선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남자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아빠’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아이는 엄마가 더 잘 키우는 것이고 아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장면은 왠지 무책임한 아버지를 떠올리는 사회적 편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부족하기만 하다. 서울지역 저소득 부자가정 현황에 따르면 세대수는 2008년 5,306세대, 2009년 5,994세대, 2010년 6,813세대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부모가정의 지원책은 주로 모자가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모자 보호시설은 많지만 부자가정 보호시설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싱글아빠는 가사문제와 자녀 양육에 심각한 어려움을 안고 있다. 부자 가정의 父가 겪는 문제는 모자가정의 母가 겪는 것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직장과 자녀양육을 병행하는 어려움은 물론이고 혼자서 떠맡아야 하는 가사일로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정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엄마의 빈자리는 부자가정 아이들의 감정표출 문제로 이어진다. 이에 아빠는 엄마의 역할에 대한 여러 가지 혼돈과 한계를 경험하며 극단적으로는 자녀양육을 포기하거나 유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싱글아빠들의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우리구에서는 서울시 최초로 ‘부자보호시설’을 마련하기로 했다. 부지를 선뜻 내어준 왕십리 도선동의 밀각심인당 관계자분들께 매우 감사하다. 또한 서울시와 여성가족부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으로 시설 건립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부자보호시설은 취업훈련, 문화활동, 가족행사, 개별·집단 상담, 아동 정서 발달 및 학습지도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父子가정이 퇴소 후에도 자립기반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 점점 고령화되는 사회를 고려해 볼 때, 여건만 조성된다면 싱글어르신들을 위한 공동시설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앞으로도 싱글아빠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들이 더욱 강화되어 전국적으로 부자가정을 돕는 시설이 확충되길 바란다. 양육의 주체로서 아버지의 역할을 존중하고 부족한 부분을 민·관이 최대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싱글아빠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가시고기 아빠처럼 헌신적인 삶을 살고 있는 싱글아빠들의 행복을 보장해주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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