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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고재득 구청장 기고문 '왕십리 戀歌'
성동구 고재득 구청장 기고문 '왕십리 戀歌'
  • 성동저널
  • 승인 2012.02.0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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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청장

왕십리는 내가 일하는 곳이고 살아가는 곳이자 또한 추억하는 곳이다. 조선초 무학대사에게 늙은 농부가 했던 ‘십리만 더 가라’는 말의 발원지가 바로 이 곳, 왕십리였다. 그 이름처럼 왕십리(往十里)는 매년 십리씩 점점 발전하며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필자가 이곳에서 처음 구청장으로 일하기 시작한지 17년,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왕십리의 모습도 눈에 띄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날 아이들이 거미줄처럼 뒤엉킨 골목을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놀던 그 곳. 소란스러운 牛시장과 연탄공장에서 날리는 분진, 쉴새없이 돌아가는 기계의 마찰음에 정신없던 1980년대, 한국사회를 대표하던 곳이 바로 이 곳 왕십리였다.

지금의 왕십리는 30년전 그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 왕십리 인근을 걸어도 더 이상 선반기계 돌아가는 차갑고도 날카로운 소리는 귓가에 울리지 않고, 코를 무겁게 짓누르던 연탄공장도 없다. 복잡한 골목과 슬레이트 판잣집이 가득하던 왕십리는 조금씩 사라져갔다.

곧 왕십리는 뉴타운 지구 개발로 5000세대의 새로운 사람들로 대체될 것이다. 수요가 생기니 교육, 문화 등 입주자들을 위한 공급도 늘 것이며, 분당선 연장과 경전철 건설로 도심 최고의 교통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다. 30년전 왕십리를 떠났던 사람이 대규모 주택단지와 민자역사로 새로 태어난 지금의 왕십리를 마주한다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실감할 것이다.

물론 지역사회의 발전과 경제적 현실을 고려한다면 뉴타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필자는 가끔 왕십리의 기계음과 흙먼지 날리던 모습이 그립다. 왕십리의 소란스러운 풍경과 새벽부터 울리던 활기찬 소리, 그리고 그 때 그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왕십리처럼 우리구에는 지난날 삶의 애환이 묻어있는 지역이 많다. 현재 추진중인 금호·옥수 재개발 지역도 그렇다. 이에 옛 정취가 사라져가는 이 곳의 모습을 영구히 보존하기 위한 다큐멘터리를 제작중이다.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옛 추억을 기록해두지 않는다면 지난 수십년의 시간을 놓치게 된다. 많은 사람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지나치곤 하지만, 그 아쉬움을 덜기 위해서는 낡은 간판 하나, 골목길 한 켠에 담긴 삶과 추억을 간직해야 한다.

그 곳을 살다간 분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옛 정취가 그대로 담긴 사진과 영상들은 그래서 소중하다. 추억과 과거의 기록 안에 삶의 행복이 담겨있으며 그것들이 모이면 한 지역의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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