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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결 성급!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결 성급!
  • 임종석 국회의원
  • 승인 2004.05.25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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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확립이 선결되야 한다-

지난 20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은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를 근거로, 여호와의 증인이란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국가안보와 배치되는 양심의 자유는 사법기관이 제한할 수 있다" 는 기존의 판례를 완전히 뒤엎은 것일 뿐만 아니라 분단체제 하에서의 국민개병제도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법은 국가질서를 유지하는 궁극적 수단으로서 대체로 사회변화를 사후적으로 반영해 왔다. 때문에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나 정치권에서 법과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선도한 적은 많았지만 법원이 기존의 판례를 깨면서까지 문제를 제기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점에서 이번 판결은 참신하기는 하다.
문제는 우리 헌법이 양심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국방의 의무도 동시에 규정하고 있다는데 있다. 더구나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대체복무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화의 노력이 선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내려진 법원의 무죄판결은 헌법을 통일적으로 해석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제가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병역거부에 대한 합법적인 예외가 인정된다면, 국방의 의무에 대한 국민적 혼란은 증폭될 것이며 더불어 병역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 여부를 가려낼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데서 오는 사이비 병역기피자의 확산 가능성이나 종교적 이유가 아닌 신념에 따라 평화나 인권을 주장하는 다양한 사람들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우려할만 하다.
특별히 종교적 이유로 병역의 의무를 못하겠다면 그에 상응하는 국가에 대한 봉사는 할 수 있도록 해야 평등한 법적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나, 그것이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병역거부는 분명 무죄일 수 없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범법자를 양산했던 양심적 병역거부가 합법과 무죄의 조건에서 급격히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특정종교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사상과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한 젊은이들도 상당수 있다는 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소수자 인권문제일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며, 이번 법원의 판결이 그 내용에 있어 비록 유감스럽지만 외면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논쟁을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인정할만 하다.
다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개혁은 방향에 대한 합의보다 진행속도에 대한 합의가 어렵다는 것이다. 방향이 옳더라도 사회적 합의에 기반하지 않은 성급한 시도는 실패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과도하게 발생시킨다. 이것이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한 논쟁과 대체복무제의 공론화에 대해 동감하지만 법원의 성급한 판결을 걱정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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