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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人災)로 잃어버린 천년고찰 낙산사
인재(人災)로 잃어버린 천년고찰 낙산사
  • 임종석국회의원
  • 승인 2005.04.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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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규환(阿鼻叫喚). 평온한 휴일 새벽 갑자기 닥쳐온 화마(火魔)는 강원도 양양 지역 250 헥타르의 임야를 태우는 것도 모자라 천년고찰 낙산사까지 삼켜버리고 말았다. 10분 만에 마을 전체가 다 타버리고 잠을 자는 중에 집으로 불똥이 떨어져 맨발로 뛰쳐나온 주민들도 있었다. 22개 마을을 태우고 낙산사 보물 동종을 녹여버린 양양 산불 현장은 전쟁과 지옥을 방불케 했다며 아낙네는 눈물만 짓는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간 산불의 잔인함에 몸서리가 처지고 하룻밤 사이에 삶의 터전을 빼앗긴 분들 소식에 가슴이 젖어온다.

우리는 늘 태풍이 지나가고 화재가 진화되고 나면 관례처럼 이번 사고는 인재(人災)다 며 뒷북을 치곤했다. 마찬가지로 양양 산불도 산림청과 소방방재청의 안이한 대응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5일 오전, 당국이 양양 산불이 완전 진화했다고 선언하기가 무섭게 잔불이 강풍을 타고 번져 오후에 낙산사를 태우고 만 것이다. 낙산사측은 소방 헬기 잔류를 요청했으나 일부 헬기는 고성 산불 지역으로 이동하고 일부는 급유를 위해 현장을 떠나면서 값을 매길 수 없는 문화재들이 한 줌 재로 변해버렸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귀에 박히도록 들어 온 불조심 구호가 무색할 지경이다. 결국 방심이 화를 키운 것이다. 하지만 전국에 산불 진화 전문 인력이 48명밖에 없고 산불 진화 헬기도 39대 뿐이라는 산림청의 푸념 앞에 감히 잘잘못을 따지자고 몰아세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당장 산불 진화 방식에 대한 개선 요구와 전문인력의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산림청도 500명 규모로 산불 진화 전문 인력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열에 강한 참나무 등 내화 수림대를 조성하자는 아이디어성 제안도 빗발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불 진화 현장과 당국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현장 지휘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낙산사가 다 타고 나서야 놀란 당국은 전국 시도 경찰, 군의 헬기를 총출동시키고 소방차와 소방인원 1만 명을 투입했다. 왜 낙산사가 불타기 전에그 인원이 올 수 없었는가? 진화 현장 지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낙산사가 타기 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산불 전문 진화 대원과 대형 헬기 확충도 시스템 구축과 함께 반드시 이뤄져야 할 일이다. 더불어 산불이 대부분 작은 실수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온 국민이 다시 한번 산불 조심을 되새기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양양 산불이 더욱 안타까운 까닭은 식목일 밤, 더구나 지난 2월 교토의정서 발효 이후 국가적으로, 세계적으로 숲 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형 산불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숲이 곧 국부(國富) 인 시대가 열리고, 온실가스 허용 배출권이 런던 탄소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시대가 되었다. 국내 한 기업이 호주에 가지고 있는 숲은 천억원에서 3천억원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숲을 가꾸기 위해 고군분투해왔고 후발 주자들도 서둘러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70~80배에 해당하는 산림이 개발로 훼손되거나 산불로 소실되고 있다. 양양 산불 사건을 계기로 숲의 소중함을 깨닫고 숲을 지키고 가꾸기 위한 노력에 다시 한번 국민적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화마(火魔)가 할퀴고 간 지역의 주민들은 일생을 바쳐 이뤄온 소중한 집과 논밭을 잃고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정부가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장기저리 대출에 납세기간 유예 조치를 취해준다고 하지만 주민들에게는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것이다. 마음과 마음이 닿아 있고, 이웃간의 정이 살아 있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모두의 마음을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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