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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신년(鏡淸新年)
경청신년(鏡淸新年)
  • 안병욱
  • 승인 2005.03.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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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 、뱀의 해가 가고 、말의 해가뛰어왔다.
아마도 우리는 새해를 맞아 가장 먼저 새해신조를 쓰며 나름 데로 계획된 약속을 마음속으로 준비 할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관해서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쓰며 나는 뜻 있게 살겠다는 신조는 거의 이미 알고 있는 것이며 그렇게 복잡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들 있다.
그런데 아는 것을 행하며 산다는 것은 글세.....
필자 역시도 언론의 기능으로 얼마나 마음의 신조를 지키는 보도를 하였는지 되돌아보며 느낀바가 크다.
먼저 본지와 같은 군(郡)단위 지역에서 발행하는 ○신문이 필자에게 화제가 되었던 점이다.
6월 항쟁의 결과물로 세상에 처음 나와 이제12년이 넘은 신문이다. 최근에 스스로 밝히기를 3천5백부를 찍어 3천216부를 배포한다고 한다.
한낱 시골 신문일 뿐인 이 작은 언론은 어떤 점에서는 나에게는 유명한 신문이다. 저명(著名)이 아니라 그 철저한 풀뿌리 때문이다.
오로지 풀뿌리 구독료와 풀뿌리 광고 수입만으로 지난해 수지결산에서 흑자를 냈다는 부분이다.
특히 그들은 초라한 방에 앉아서 지역주민들이 전화로 걸어오는 세놉니다 팝니다 안내광고를 접수하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주민들과 질기게 연대하는 모습은 나에게는 많은 감동과 교훈을 주는 부분이었다.
작은액자속에 적혀있는 사훈은 낮은곳이다. 그들의 모든 풍경은 낮고, 작고, 소박하다.
이는 관행, 권력, 압력, 연고 따위 악의유산 들과 좌충우돌하는 현장에서 지역의 풀뿌리 언론이 제 구실을 해야 한다는 신념과 작은 언론의 새 희망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우리사회에 재벌 버금가게 거대화한 언론도, 재벌 자신인 신문권력도 없는 바가 아니지만,
여느 재벌기업이 나눠주는 광고 한번 받아먹은 일없이 신문찍어 이문 남긴 이 겁모르는 시골 언론의 이야기는 "지혜는 대학원의 산꼭대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치원의 모래성 속에 있음을" 알려주었고 또한 2002년 나의 신조와 사업 모델 감 두 가지를 선물해 주었다.
과연 우리는 지난 2001년에 무엇을 하고 무엇을 지켰는지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고 새해 신조의 글 구를 생각해 보도록 하자 !
선거에 있어 공천 개혁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2002년까지 미룰 것인지! 아님 어떻게 하든, 밑으로부터의 참여를 불러내는 공천 신바람으로 정치개혁의 완고한 뚜껑을 제쳐야 할지!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연말에 몰리게 마련인 자선행위의 빈도나 자선금의 크기는 얼마였는지! 고급양주에 골프모임에 정신이 없지 안았는지! 그리고 임오년(壬午年)새해를 준비하자. 새해가 지나가고 흥청망청하는 사이 신년의 1·2월을 순식간에 흘러 보내버린 경험
을 되풀이하지 말고 말이다.불가(佛家)의 선사들은 세밑과 연초에 단순한 덕담(德談)아닌 법담(法談)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경청신년(鏡淸新年)이라는 공안을 대표적으로 마음속 깊이 간직하며 인생은 항상 가고 오는 삶 의 연속임의 명심해, 저무는 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곱게 맞이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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