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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성동안심상가’, 젠트리피케이션의 벽을 넘다
[기획] ‘성동안심상가’, 젠트리피케이션의 벽을 넘다
  • 윤종철 기자
  • 승인 2019.11.15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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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시세 70% 수준 최대 10년 보장... 공간 재설계 후 100% 입주
2019년 사회혁신 분야 최우수상 수상... 소셜벤처 허브 성수동 육성
상생협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정원오 성동구청자
상생협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정원오 성동구청자

[성동저널 윤종철 기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낙후된 구도심 지역의 활성화로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결국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이 내몰리게 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이후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 사례가 홍익대학교 인근(홍대 앞)이나 경리단길, 서촌 등이다.

이들의 지역은 애초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나 공방, 갤러리 등이 들어서면서 입소문을 타고 유동인구가 늘어났다.

하지만 이처럼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자본이 유입되자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가 입점하는 등 대규모 상업지구로 변모했고 결국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문제는 자유경제체제 하에서는 딱히 이를 해결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중하류층이 살아가는 공간에 상류층이 치고 들어와 울타리를 치면 그걸로 끝이다. 임대료는 치솟고 원래의 거주민들은 떠날 수밖에 없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오르내리고 있는 이유다.

다만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으며 이 중 가장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 바로 성동구의 ‘성동안심상가’다

젠트리피케이션 돌파구 ‘성동안심상가’

지난달 31일 세종열린소통포럼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행정서비스 공동생산 우수사례 공모’에서 ‘성동안심상가’가 사회혁신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당연한 결과다. 지난 20여년 해결하지 못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니 만큼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힙 플레이스’로 주목받는 성수동에 자리한 ‘성동안심상가’는 전국 최초로 조성한 ‘공공안심상가’다.

주변 시세의 70%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 임대차 기간은 갱신 포함 최대 10년을 보장해 건물주, 임차인, 소상공인 등 지역공동체 구성원의 상생과 공존을 지향하고 임차인들이 임대료 걱정 없이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성수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안쪽에 자리 잡은 8층짜리 붉은 건물은 성동구의 대표 공공안심상가 중 하나인 ‘성동안심상가빌딩’이다. 지난 10월 22일에는 성동구의 유일한 어린이미술관 ‘헬로우뮤지움’이 지난 10월 22일 재개관 오픈 행사를 가졌고, 1층에는 마지막 입주업체인 한우정육식당 ‘고기다’가 개업했다

17년째 성수동에서 장사를 하던 한식뷔페식당 ‘또와’ 변의녀 사장은 지난 6월부터 성수동 성동안심상가빌딩 1층에 새둥지를 틀었다.

그는 “옆 건물에서 재건축을 하게 되는 바람에 영업점을 이곳 안심상가로 옮기게 됐는데, 너무 넓고 깨끗한 건물이어서 좋다. 그리고 단골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좋다”며 “성수동 토박이라서 이곳저곳 어디가 잘되고 안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데, 안심상가가 들어와 동네가 깨끗해졌고, 예전보다 발전된 느낌”이라고 전했다.

성동안심상가 빌딩 재설계, 100% 입주

성동구는 올해 초 성동안심상가빌딩 현황 분석 및 활성화를 위해 외부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음식점은 1층으로 한정하고 2~3층은 특정 목적의 근생 업종 사무공간으로 임대하도록 재설계를 마치고, 최근 8층 전 공간에 100% 입주를 마쳤다.

2층에 자리한 국내 최초의 비영리 사립 어린이미술관인 ‘헬로우뮤지움’도 금호동에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임대료 상승의 위기를 맞고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었다.

2015년 남녀노소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으로 인근 지역의 문화 부흥을 일구며 지역 주민에게 사랑을 받고 있었던 미술관이 어려움을 겪자 지역주민과 성동구가 나선 것이다. 다행히 성동구가 마련한 성동안심상가에 입주하게 되면서 새둥지를 찾게 됐다.

헬로우뮤지움 관계자는 “성동안심상가는 기존 공장지대에 들어선 대형 사무공간으로, 입주자 선정의 차별화로 사회적 기업, 청년창업자등이 입주하여 지역 경제활동을 활성화 시키고 젊은층이 유입되고 있어 주변의 활기가 느껴진다”며 “새로운 공간의 미술관은 에코미술관으로 플라스틱 프리로 공간을 구성하고 운영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동안심상가 2층 헬로우뮤지움 재개관
성동안심상가 2층 헬로우뮤지움 재개관

4~6층, ‘소셜벤처 성수동 허브’ 육성

안심상가빌딩 4~6층 공간에는 소셜벤처기업 및 청년창업기업들에게 입주공간을 제공하면서 소셜벤처 허브센터로 육성하고 있다.

독립된 사무공간 16개소, 개방된 사무공간 48석과 라운지, 회의실, 휴게실 등을 마련하여 안정적인 기업활동을 하도록 지원한다.

현재 이곳에서는 소셜벤처 및 청년창업기업 21개가 모여 사회변화를 꿈꾸고 있다.

아이돌봄 플랫폼 사업을 하는 예비사회적기업 ‘째깍악어’는 헤이그라운드에서 안심상가빌딩으로 사무실을 옮기며 뿔뿔히 흩어져 있던 직원들이 한 사무실을 사용하며 일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빌딩 5층에는 소셜벤처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창업자와 창업 후 성장을 위한 엑셀러레이팅을 필요로 하는 창업자들을 위한 ‘소셜벤처 창업 원스톱 서비스’ 상담실이 마련되어있다.

전문상담위원이 소셜벤처 교육부터 창업, 네트워킹, 엑셀러레이팅까지 원스톱으로 진행에 예비창업자와 창업자의 성장을 돕는다.

7~8층 4차산업혁명시대 제조업 토대 마련

안심상가 7층과 8층에는 청년창업지원 공간인 메이커스페이스 ‘서울숲 둠벙’이 조성돼 있다.

메이커스페이스는 다양한 재료들을 3D모델링을 통해 원하는 사물을 즉석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작업공간을 말하는 것으로 구민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창작놀이터이자, 4차산업혁명시대 제조업의 새로운 토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0㎡의 작업공간과 3D프린터 40대, 3D스캐너, 레이터커터기 등 전문장비를 갖추고 있다.

관심 있는 구민 누구나 무료로 장비기본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국가공인자격증인 ‘3D프린터 운용기능사’을 취득할 수 있는 전문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성동안심상가’의 메이킹 스토리

왕십리도선동에서 4년간 분식집을 운영해 오던 국수집 사장님은 4년 만에 바뀐 새 주인에게 내용증명을 받고 깜짝 놀랐다.

전 주인이 올리지 않은 4년 동안의 매년 9% 상당의 임대료를 한 번에 올리겠다는 내용이다. 도저히 장사를 더 할 수 없어 장사를 접었다.

얼마 후 아파트에 놓인 성동구 소식지를 본 사장님은 성동안심상가 공고 소식을 보고 자신의 인생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8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입주자로 선정된 사장님은 ‘윤스김밥’(서울숲IT캐슬 105호) 간판을 걸었고, 분식집엔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성수동 지식산업센터 중 하나인 서울숲IT캐슬 내에 젠트리피케이션 구심점으로 자리잡은 또 하나의 ‘성동안심상가’의 효과다.

윤스김밥 윤복순 사장은 “우리 가게의 점심시간 매출이 80~90% 차지하는데 사람들이 앉아서 먹을 자리가 없어 발을 동동 굴렀었다”며 “하지만 최근 영업점을 확장하고 나니 손님들도 좋아하고 매출도 많이 올랐다. 영업장소를 확장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성동구청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 사례인 ‘공씨책방’도 이곳에 입주했다.

공씨책방은 1세대 헌책방으로 42년이 넘는 세월동안 대를 이어 운영해 온 서울시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곳이다.

그러나 2017년 건물주가 바뀌면서 명도소송 끝에 둥지 내몰림을 당해 역사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성동안심상가(서울숲IT캐슬 106호)에 입주하게 되어 고서의 가치와 문화를 계승해 나갈 수 있게 됐다.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도록...”

반은 주택, 반은 공장들로 별다른 특색이 없던 성수동에 사람들이 모여든 건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편리한 교통과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예술가들과 사회적 기업들이 모여들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 소위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하지만 성수동 도시재생사업은 여타 지역과 그 추진 방식이 달랐다.

기존의 재개발 사업을 탈피해 도시의 문화, 경제, 주거의 역할을 파괴하지 않고 도시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도시 기능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 사업도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폐해가 발생해 왔다.

이에 성동구 정원오 구청장은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지 못하면 도시재생 사업도 의미없다”고 선포하고 전국 최초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조례와 전담조직을 만들어 젠트리피케이션 없는 도시재생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왔다.

그 중 하나가 임대료 상승으로 내몰린 상가 임차인에게 맘 편히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는 장기적인 안심상가를 전국 최초로 민간기업의 공공기여 방식으로 확대 조성한 것이다.

지난 2015년 12월 ㈜부영주택과 사회공헌 MOU를 체결해 성동안심상가 조성을 위한 성수2가 일대 270억원 상당의 부지와 신축 건물을 공공기여 받기로 하고 지난 2018년 8월부터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성동안심상가는 현재 시민단체, 임차인대표, 건축·법률·금융 전문가 등 15명으로 구성된 공공안심상가 운영위원회에서 운영에 관한 중요한 사항 및 입주자 선정 등의 결정을 맡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 맘상모(마음 편히 장사하고 싶은 상인들의 모임)에서는 임차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전해주어 정책에 반영시키는 한편, 피해자 발생 시 현실적인 상담 및 지원으로 임차인들의 권익을 함께 실현시켜 나가면서 그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이러한 성동구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선제적인 노력으로 성수동 일대는 최근 서울에서 가장 주목받는 상권 중 하나 이지만 임대료 인상률은 2017년도 2.85%, 2018년 2.53% 수준으로 안정됐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시행령’에 의한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인 5% 보다도 절반 수준이다.

또한 2018년 성수동 지속가능발전구역 상가임대차 조사결과 상생협약 체결 건물의 임대료 인상률, 평당 임대료 평균, 보증금이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상생협약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속가능한 상생도시의 꿈은 어느 한두 사람의 힘으로 이뤄질 수 없다. 모두가 함께 협력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으며, 성수동의 상생의 사례에 성동구와 성동안심상가가 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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