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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신성의 감성을 깨우다... 信言不美(신언불미)
[기고] 정신성의 감성을 깨우다... 信言不美(신언불미)
  • 성동저널
  • 승인 2022.02.21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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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있는 말은 아름답지가 않다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성동저널] 중국 西晉(서진)의 학자 郭 象(곽상: 252~312)은 어려서부터 才能(재능)이 卓越(탁월)하여 주위 사람들의 稱頌(칭송)을 받았으며, 어떠한 深層(심층) 문제에 대해서도 가리지 않고 깊이 있게 討論(토론)하기를 좋아했습니다.

그의 말이 論理井然(논리정연)하고 言辯(언변)이 뛰어난 것을 지켜보던 당대의 명사 王 衍(왕연: 256~311)은 이렇게 칭찬을 했습니다.

'郭 象(곽상)의 말을 들으면 마치 산 위에서 곧장 떨어지는 물줄기가 그치지 않음과 같다.'라고 하였는데 이렇듯 言辯(언변)이 좋은 사람이 막힘없이 말하는 것을 보면 靑山流水(청산유수)와 같다고 합니다.

하지만 孔 子(공자)는 巧言令色(교언영색)이라 하여 말투를 교묘하게 꾸며서 듣기 좋게 하거나 얼굴색을 보기 좋게 꾸미는 사람 중에는 어진 사람이 없다고 했습니다.

信言不美(신언불미)라는 이 말은 道家(도가)의 시조 老 子(노자)가 남긴 저서道德經(도덕경)의 顯質章(현질장)에 실려 있습니다.

말은 잘 하면서 실천이 따르지 않거나 二律背反的(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면 겉다르고 속다르다는 酷評(혹평)을 받습니다.

따라서 말솜씨는 비록 어눌하고 투박하더라도

꾸밈없는 진실이 담겨있다면 차라리 믿음이 있어 信賴性(신뢰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실성을 외면하지 않는 감동적인 말은 인생을 살면서 때로는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주 오래된 이야기입니다만 추운 겨울날 프랑스의 어느 공원에서

한 노인이 구걸하고 있었습니다. 그 노인 앞에는 "I am blind" "나는 시각 장애인입니다."라는 팻말이 놓여 있는데 적선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이때 프랑스의 유명한 시인 '앙드레 브루통(1896~1966)'이 공원을 산책하다 노인과 팻말을 유심히 지켜보더니 팻말에 무언가를 쓰고는 무심코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인의 깡통에는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팻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Spring is coming soon, but I can't see it" 곧 봄이 오네요. 그러나 저는 그 봄을 볼 수 없답니다.

믿음이 있는 말은 아름답지 않다고 했지만 '시각장애인'이라는 진실을 바탕으로 두고 문장을 感動的(감동적)으로 바꿔 진실에 더 다가갔기 때문에 효과도 빠른 것입니다.

반면에 진실은 둘째치고 그저 달콤하게 꾸미는 말은 信賴(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가끔 쓰는 '사탕발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듣기 좋은 달콤한 말로 남의 비위를 맞추어 살살 달래거나 설득할 때 쓰는 말인데요, 사실 甘言利說(감언이설)과 비슷한 말입니다.

특히 정치인들의 言辯(언변)은 듣기에 그럴듯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습니까? 온갖 사탕발림과 甘言利說(감언이설)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화려한 言辯(언변)으로 국민을 속이고 欺瞞(기만)하니 하는 말입니다.

조금 어수룩해 보여도 솔직담백한 사람, 자기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상대를 包容(포용)할 줄 아는 사람, 그러한 사람을 우리는 더 信賴(신뢰)합니다.

아무리 華麗(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민 말이라도 진실성이 부족하면 차라리 투박하고 어눌한 말이 훨씬 더 信賴感(신뢰감)이 있음을 傍證(방증)하는 겁니다.

그러니 거짓을 그럴듯하게 진실로 包裝(포장)하거나, 언젠가는 밝혀질 疑惑(의혹)을 아름답게 꾸미어 순간을 謀免(모면)하려는 術數(술수)는 곧 만천하에 明明白白(명명백백)하게 밝혀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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