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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과연 숙맥이 있을까...!?
[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과연 숙맥이 있을까...!?
  • 성동저널
  • 승인 2022.12.09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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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성동저널] "이런 숙맥 같은 놈!" 예전에 많이 듣던 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말은 중국 孔子(공자)의 '春秋(춘추)'를 魯(노) 나라의 '左丘明(좌구명)'이 해석해서 엮어 놓은 '春秋左氏傳(춘추좌씨전)’에 어리석고 못나서 '콩'과 '보리'를 구별 못 한다는 '菽麥不辨(숙맥불변)'이란 말에서 나온 말입니다.

상대의 無識(무식)함을 탓할 때 우리는 菽麥(숙맥)이라는 말을 씁니다. 여기서 菽(숙)은 콩 菽(숙)자로 '콩'을, 麥(맥)은 보리 麥(맥) 자로 '보리'를 말합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낫 놓고 기억 자도 모른다."는 말도 상대의 無識(무식)을 탓하는 말이니 어쩌면 비슷한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菽麥(숙맥)이란 말은 無識(무식)함만 일컫는 게 아니라, 사리 분별을 못하거나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우둔한 사람을 뜻하기도 합니다.

유래를 대충 살펴보면, 중국 春秋時代(춘추시대:BC 8세기~BC 3세기) 晉(진) 나라의 왕족 '주자'에게 바보스러운 형이 있었는데 그의 형이 菽麥不辨(숙맥불변)이지만 '주자'는 형을 王(왕)자리에 앉힐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어느 날, 형을 마루에 앉혀놓고 콩과 보리를 바닥에 쏟아 붓고 차이점을 설명합니다.

"여기 보십시오. 이렇게 둥글둥글한 게 콩이고, 여기 콩보다 좀 작고 약간 납작한 게 보리입니다"라고 상세히 설명합니다.

주자는 형에게 몇 번을 반복해서 설명해 주자 형이 이제야 구별법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니, 동생은 가르친 보람이 있구나 하고 만족해 했습니다.

다음 날 동생이 형에게 일부로 부탁하는데, "형! 창고에서 콩 자루 좀 꺼내다 주실래요." 형이 꺼내 온 부대를 펼쳐 본 동생은 보리자루인걸 알고 "아니 형! 이건 보리잖아요."

"아니, 어제 그렇게 설명을 해드렸는데도 아직도 구별을 못한단 말입니까?."

결국, 동생과 도열해 있던 신하들은 형이 절대로 王(왕)의 자격이 안 됨을 깨닫고 王(왕)의 자리를 '주자'가 이어받게 한 것이 그 유래인데. 이때부터 愚鈍(우둔)한 사람을 가리켜 菽麥(숙맥)이라고 한 것입니다.

이때 당시 晉(진) 나라의 '여공'은 국력이 강성해지자 교만과 사치를 일삼고 미소년 胥童(서동)만을 총애하며 국정을 게을리 했습니다.

대신들과 백성의 怨聲(원성)이 자자하자 결국, '여공'과 '서동'은 毒殺(독살) 당하고 형 대신에 맞아들인 왕이 '주자'인데 王位(왕위)에 오르자 대신들에게 다짐을 받습니다.

"내가 원해서 왕이 된 게 아니니 그대들은 나의 말에 절대복종하며 따르기를 원하노라!"

'주자'는 王權(왕권)을 强化(강화)하고 賢明(현명)하고 바른 정치를 펼쳐 晉(진) 나라를 다시 强國(강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유래는 그렇고, 요즘 세상은 온통 잘난 사람은 있어도 '주자'의 형처럼 愚鈍(우둔)한 사람은 없습니다. 오히려 저마다 잘났다고 나서는 사람이 많으니까 세상이 점점 더 시끄러워지는 것입니다.

잘난 체 하는 것도 모자라 알량한 지식으로 자기만이 옳다고 고집을 피우니 사회 전체가 對立角(대립각)을 세우는 것입니다.

이처럼 누구나 내가 잘났다고 생각하면 했지 내가 못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한 이면에, 정치인 중에는 사리판단을 전혀 못 하고 어설프게 나대는 菽麥不辨(숙맥불변)이 있긴 합니다만. 사실, 逆(역)으로 생각하면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못난 사람이고, 자신을 살펴보고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이 오히려 잘난 사람임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신의 過去(과거)를 뒤돌아보며 省察(성찰)해 보면 과거에 한 일에 대해, 최소한 어느 한 부분에 대해 부끄럽게 느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남에 대해 菽麥(숙맥)이라고 批判(비판)하고 놀리고 뒷담화 할 시간이 있으면, 최소한 자신부터 먼저 뒤돌아보며 省察(성찰)하는 시간을 갖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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