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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기고]-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 성동저널
  • 승인 2023.06.23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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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성동저널]인간의 참 삶은 欲求(욕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意味(의미)를 채우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법정 스님이 진즉 말씀하셨는데 이와 정면 배치되는 말을 잠깐 하려고 합니다.

바로 債帥市曺(채수시조)라는 말인데요, 채수시조의 債帥(채수)는 빚을 내서 얻어낸 장수이고, 市曹(시조)는 벼슬을 팔고 사는 시장이라는 뜻이니, 賂物(뇌물)이 판을 치고, 그 속에 請託(청탁)亂舞(난무)하니 不條理(부조리)가 만연하는 사회를 비꼬는 말입니다.

이 말은 중국 () 나라의 정사를 기록한 舊唐書(구당서:945)’에 등장하는 말인데요, 극히 일부분의 내용을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장수가 되려면 내관에게 뇌물을 바쳐야 하는데 돈이 없는 자는 부잣집에서 돈을 꾸어서라도 바쳤다. 이렇게 장수가 된 사람은 서민의 膏血(고혈)을 빨아 치부하기 마련이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또한, 중국 남북조시대에 () 나라 7대 황제 後廢宰(후폐재:473~477)때에는 勢力(세력가)의 집 앞에는 벼슬을 사려는 사람들로 넘쳐나니 市曹(시조)라고 하여 이때부터 유래된 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이 조선 시대에 또 다시 불거진 이유는 조선 후기의 대학자인 尹愭(윤기:1741~1826)가 그의 저서 無名子集(무명자집)’에서 請託(청탁)賂物(뇌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글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관리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 간사한 무리와 거래를 하고, 관청은 아예 청탁이 들어오는 문이 되어, 돈을 많이 바치면 좋은 근무처를 얻고, 돈을 적게 바치면 閑職(한직)으로 내몰리니, 債帥(채수)市曺(시조)라는 말과 같다"

이처럼 직접 賂物(뇌물)을 주고받는 人事請託(인사청탁)은 아닐지라도 어떠한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에게 혜택을 주거나, 과거에 맺어진 은공에 대한 보답성 인사라면 이 또한 債帥市曺(채수시조)와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과거에 이러저러한 因緣(인연)으로 맺어진 사람에게 報恩(보은)한다고 여러 조직 요소요소에 보답성 인사로 배치한다면 머지않아 그 조직은 부패의 온상이 될 것은 뻔할 것입니다.

최근 選管委(선관위)人事 不條理(인사 부조리)가 뉴스를 달구고 있습니다賂物(뇌물)을 주고받으며 인사청탁을 하거나, 과거의 보은에 대한 보답성 인사보다 더 고약한 인사가 바로 雇用世襲(고용세습)입니다.

중앙선관위 사무처의 전.현직 고위직 자녀가 '지방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선관위에 채용돼 '국가공무원'이 된 사실이 확인되었을 뿐만 아니라, 게다가 초고속 승진까지 하여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법과 절차에 따른 공정한 채용이며 아버지들의 영향력 행사는 전혀 없었다"고 삶은 소대가리가 仰天大笑(앙천대소)解明(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아빠찬스'疑惑(의혹)亂舞(난무)합니다.

'지방공무원''국가공무원'이 되는 것은 한 직급 높은 자리로 인식되기 때문에 공무원 세계에서는 羨望(선망)의 대상입니다. 더욱이 선관위 공무원은 4(서기관)까지 昇進(승진)할 수 있지만, 지방공무원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하니, 特惠(특혜)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이처럼 부모 잘 둔 덕에 출세하는 세상이다 보니, "느그 아버지는 뭐하시노?"라는 유행어가 떠돌며, 능력 없는 아버지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괜히 주눅이 들어 급기야 자녀 앞에 어깨를 펴지 못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부모찬스'는 법 위반은 물론 公正社會(공정사회)破壞(파괴)하고 사회적 葛藤(갈등)을 유발하는 重犯罪(중범죄)입니다. '선관위'는 자기들끼리 이른바 '신의 직장'을 만들며 無所不爲(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도 모자라 온갖 積弊(적폐)를 쌓아왔던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썩은 부위를 완전히 도려내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함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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