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기고]-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점점 더 재미가 쏠쏠하다'
[기고]-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점점 더 재미가 쏠쏠하다'
  • 성동저널
  • 승인 2023.07.10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성동저널]중국의 전성기였던 唐(당) 나라 때 太宗(태종)의 지시로 房玄齡(방현령) 등이 편찬한 ‘晉書(진서)’ '顧愷之 傳(고개지 전)'에 漸入佳境(점입가경)이란 말이 있습니다.

'顧愷之(고개지)'는 중국 東晉(동진)시대의 화가로 초상화와 옛 사람들을 잘 그려 人物畵(인물화)로 유명한 화가입니다. 서예의 대가 王羲之(왕희지)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예술계에 독보적인 존재였습니다.

좀 더 설명해 드리자면, 顧愷之(고개지: 344~406)는 중국 미술의 기틀을 닦아 놓을 정도로 肖像畵(초상화)를 비롯해 人物畵(인물화)의 最高峯(최고봉)이라 불리는데요, 顧愷之(고개지)가 부채에 인물화를 그리고서 마지막으로 눈동자까지 그려 넣었더니 그 부채 속의 인물이 갑자기 말을 하는 통에 사람들이 기절초풍하여 달아났다는 웃지 못할 일화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제가 소개해 드리는 漸入佳境(점입가경)이 바로 顧愷之(고개지)와 관련이 있는 말입니다.

'顧愷之(고개지)'는 평소 옥수숫대를 즐겨 먹었습니다.

저도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60년대에 가난으로 찌들어 먹을 게 없으니 배고픔을 못이 겨 궁여지책으로 옥수숫대를 먹었던 기억이 제 머릿속에도 또렷이 남아 있는데요, 옥수수대를 먹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윗부분은 바삭바삭하니 전혀 맛이 없고 밑부분으로 갈수록 달콤한 맛이 납니다.

그런데 顧愷之(고개지)'는 특이하게 맛이 좀 떨어지는 가느다란 윗 줄기부터 먼저 씹어 먹는 것입니다. 顧愷之(고개지)도 뿌리와 가까운 밑 부분이 더 달다는 것을 전혀 모를 리 없을 텐데 말입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주위 사람이 왜 맛이 달달한 밑 부분부터 먹지 않고 위에서부터 먹느냐고 물으니 顧愷之(고개지)가 답하기를 漸入佳境(점입가경)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즉, 위에서 밑으로 갈수록 달콤한 맛이 나기 때문에 점점 더 아름다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이 말의 유래와 달리 점점 더 흥미롭고 좋아지는 것을 비유하기보다는 점점 더 재미가 없거나 惡化(악화)되는 것에 더 많이 비유를 하며 오늘날 변질되어 쓰이고 있습니다.

요즘 공중파 방송사의 連續劇(연속극)이 '막장 드라마'로 갈수록 漸入佳境(점입가경)입니다.

보통 사람의 상식과 道德的(도덕적) 기준으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으로 設定(설정)을 합니다.

물론, 시청률을 고려하여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그나마 이해를 하겠습니다만 시청률을 억지로 끌어올리기 위해 현실성 없이 刺戟的(자극적)이고 悖倫的(패륜적)인 소재를 다루니 '바보상자' 속의 千態萬象(천태만상)입니다.

말하자면, 얽히고설킨 복잡한 인물 관계, 不倫(불륜), 悖倫(패륜), 출생의 秘密(비밀), 고부갈등, 삼각관계, 물질만능주의, 복잡하게 얽힌 애정 관계, 강간, 집단구타, 청부살인, 치졸한 陰謨(음모), 단지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의 일생을 철저히 짓밟는 무정함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사고들이 비현실적으로 描寫(묘사)되어 방영되고 있으니 시청자가 辱(욕)을 하면서도 흥미롭게 보고 있는 '아이러니(irony)'한 세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막장드라마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非倫理的(비윤리적)으로 상황을 展開(전개)하여 시청자의 五感(오감)을 자극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나쁜 의미로 漸入佳境(점입가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공중파 방송다운 面貌(면모)가 갈수록 退色(퇴색)되고 있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 성동저널은 언제나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전화 02-2299-7770
  • ▶ 이메일 press@seongdongnews.com
  • ▶ 카카오톡 @성동저널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