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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겹겹이 담을 둘러쌓다’
[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겹겹이 담을 둘러쌓다’
  • 성동저널
  • 승인 2023.09.0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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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성동저널] 기성세대는 SBS서울방송에서 2001년 02월부터 2002년 07월까지 무려 18개월간 방영했던 '여인천하'를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배우 姜受延(강수연: 1966~2022)이 역할을 맡은 惡女(악녀) '정난정'에 얽힌 이야기인데요,

'정난정'에 대한 이야기는 1925년 漢陽書院(한영서원)에서 조선 시대의 인물들에 얽힌 일화를 모은 책 大東奇聞(대동기문)에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청초함과 妖婦(요부)의 양면성을 지닌 '정난정'은 첩의 태생이라 기생이 되었지만, 야심이 대단했습니다.

스스로 미천한 신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문정왕후의 동생인 당시의 실세 윤원형(?~1565)에게 접근하여 妾(첩)이 되었습니다.

'정난정'은 윤원형의 본처를 毒殺(독살)하고 정실 자리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주범 윤원형과 함께 乙巳士禍(을사사화)의 왕권 다툼에 깊이 관여하여 성공한 뒤 권세를 이용해서 많은 富(부)를 쌓기도 했습니다.

윤원형은 조선 중기의 文臣(문신)으로 문정 왕후의 동생입니다. 1545년 인종이 죽고 명종이 즉위하였으나 명종의 나이가 어려 명종 원년(1546)에 문정 왕후가 수렴청정 할 때, 乙巳士禍(을사사화)를 일으켜 윤임 등을 죽이고 많은 인사를 숙청한 장본인입니다.

이러한 윤원형의 첩으로서 氣高萬丈(기고만장)하여 國政(국정)을 壟斷(농단)하자 백성의 원성이 자자하여 원망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이에 정난정의 친정오빠 '정담'은 일부러 여동생을 멀리 피했습니다.

사실 '정담'은 후일 반드시 災殃(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것을 豫測(예측)하고 아예 동생 정난정과 往來(왕래)를 끊었습니다.

이때 유래된 말이 바로 "겹겹이 담을 둘러싸다" 라는 뜻을 가진 築墻繞曲(축장요곡)입니다.

오빠 '정담'이 사는 집은 담장을 꼬불꼬불하게 쌓아 정난정이 찾아가도 가마가 지나갈 수 없을뿐더러 마치 미로와 같이 담을 쌓아 만나기를 완곡하게 거부한다는 뜻을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니까요.

결국, 문정왕후가 세상을 뜨고 非理(비리)를 바로 잡으려는 신하들에 의해 윤원형과 정난정은 歸鄕(귀양)을 갔습니다.

후에, 정난정은 전처 독살사건도 만천하에 드러나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飮毒(음독)했으며 윤원형도 함께 자결하여 생을 마감한 사건입니다.

이렇듯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면 반드시 災殃(재앙)이 닥치리라 예측하고 미리 築墻繞曲(축장요곡)을 쌓고 동생과 멀리한 정난정의 오빠 '정담'은 정난정 사건과 連累(연루)가 없었다는 결론으로 禍(화)를 당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렇듯 미래를 내다보고 禍(화)를 피하고자 겹겹이 담을 쌓은 築墻繞曲(축장요곡)의 뜻이 지금 엉뚱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온갖 범죄에 관여했다는 疑惑(의혹)에 대해 검찰의 조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築墻繞曲(축장요곡)처럼 겹겹이 방패막이를 쌓았다는 합리적 疑心(의심)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이요, 權不十年(권불십년)인 것입니다. 달도 차면 이지러진다고 했습니다. 事物(사물)이 極(극)에 달하면 衰退(쇠퇴)해지는 것은 天地間(천지간)의 理致(이치)입니다.

지금 누리고 있는 權力(권력)이 永遠(영원)할 것처럼 無所不爲(무소불위)의 權力(권력)을 이용했던 사람들의 終末(종말)은 어떻습니까?

예로부터, 모든 權力(권력)과 榮華(영화)는 극히 일시적임을 忘却(망각)하고 마치 永遠不變(영원불변)인 것처럼 權力(권력)을 濫用(남용) 하였기 때문에 결국에 가서는 悲劇(비극)으로 마무리했던 것입니다.

달이 차서 이지러져 기울기 전에 妄想(망상)을 접어야 합니다. 멈춰야 할 때를 알고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後悔(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다고 하지만 反省(반성)은 늦다고 해도 그때가 빠른 것입니다. 이제는 더는 국민을 愚弄(우롱)하지 말고 속히 反省(반성)의 길로 접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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