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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오지랖이 넓으면?’
[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오지랖이 넓으면?’
  • 성동저널
  • 승인 2023.09.11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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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성동저널] 가끔 주변을 보면 오지랖 넓은 사람이 많습니다. '오지랖'은 옛날에 남자들이 웃옷을 입을 때 겉에 입는 옷의 앞자락을 말하는데요, 겉옷의 앞자락이 넓으면 속에 여러 겹을 껴입어도 모두 덮거나 감쌀 수가 있습니다.

앞자락이 너무 넓어 다 덮으면 모양새가 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모양을 두고 이 일 저 일 관심도 많고 남의 일에 干涉(간섭)하기 좋아하는 성격의 사람에게 빗대서 '오지랖이 넓다'라고 표현한 말입니다.

시시콜콜 남의 일에 干涉(간섭)하는 사람을 '오지랖이 넓다'라고 일컫는데요, 따라서 오지랖에 -er을 붙여 "오지라퍼"라는 新造語(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쓸데없이 오지랖 넓은 사람이 많습니다.

오지랖이 넓은 사람을 지적하는 대표적인 말이 사돈집 제사상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하는 '曰梨曰枾(왈리왈시)'가 있지만, '興伊恒伊(흥이항이)'란 말도 있습니다.

이 말을 잠깐 설명해 드리자면 조선 후기 肅宗(숙종) 때 閔氏(민씨) 가문에 閔百興(민백흥)과 閔百恒(민백항)이란 두 형제가 있었습니다.

이 두 형제가 연이어 강원도 감사를 지냈는데 모두 훌륭하게 善政(선정)을 베푸니 세간에 막걸리판이 벌어지면 '흥이야 항이야' 하면서 형인 興伊(흥이)가 동생보다 낫다는 둥 동생인 恒伊(항이)가 형보다 낫다는 둥 의견이 분분하여 오랫동안 회자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興伊恒伊(흥이항이)란 말이 생겨 '누가 흥이야 항이야 하랴?'라는 말과 曰梨曰枾(왈리왈시) 즉, '배 놔라, 감 놔라'처럼 도대체 너하고 무슨 상관인데 이러쿵저러쿵 干涉(간섭) 하느냐고 빗대어 말할 때 쓰이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예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두 형제가 영의정을 지낸 金壽興(김수흥)과 金壽恒(김수항)의 형제를 말하기도 하는데요,

이들은 영의정 자리에서 國事(국사)를 처리하면서 私心(사심)이 많고 獨斷(독단)이 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世間(세간)의 평판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이들 형제가 ‘우리가 힘써서 잡은 權勢(권세)를 우리 마음대로 행하는데 누가 감히 興(흥)이야 恒(항)이야 라고 입방아를 찧겠는가’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위 두 가지 사례를 보면 閔(민)씨의 興(흥)이 恒(항)이 형제와 金(김)씨의 興(흥)이 恒(항)이 형제가 전혀 정반대의 화제 거리로 쓰이게 되었지만, 어쨌든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이러쿵저러쿵 괜스레 간섭하며 "흥이야, 항이야" 하는 것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지랖이 넓은 사람을 가만히 살펴보면 이것저것 남의 일에 참견하다 보니 말이 많습니다.

말이 많다 보니 이 말 저 말 필요 없는 말까지 하면서 여러 사람에게 傳播(전파)하고 다닙니다.

보는 사람마다 주절주절 이것저것 참견하다 보면 자기 主觀(주관)이 섞이게 되고 또한, 險談(험담)도 섞이게 됩니다.

특히, 한국사람은 남을 칭찬하는 데에 극히 吝嗇(인색)하여 남의 이야기를 할 때 대부분이 남의 欠(흠)이나 險談(험담)을 늘어놓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대개가 오지랖이 넓은 사람은 본의 아니게 여러 가지 구설에 올라 辱(욕)을 먹거나 시빗거리가 되어 싸움의 발단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修養(수양)이 잘 된 사람이라도 자신의 欠(흠)과 허물을 한 다리 건너서 전해 들으면 기분이 좋을 리는 萬無(만무)하니 하는 말입니다.

사실 사람이 살다 보면, 자기의 欠(흠)은 몰라도 남의 凶(흉)과 缺點(결점)은 일부러 찾지 않더라도 저절로 눈에 들어오는 법입니다.

그러니 오지랖 넓은 사람이 이것저것 생각 없이 말을 하고 다니면 批判(비판)의 소리만 남게 되는 것이죠.

'玉(옥)에도 티가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缺點(결점)은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오지랖이 넓은 사람에 의해서 是是非非(시시비비)의 發端(발단)이 되어 葛藤(갈등)이 誘發(유발)된다는 것입니다.

오지랖 넓은 사람은 반드시 나에게도 欠(흠)과 凶(흉)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자신부터 먼저 살펴보는 慧眼(혜안)을 가져야 합니다.

아울러, 남의 缺點(결점)을 주제로 얘기하지 말고 좋은 점을 찾아 칭찬할 일을 주제 삼아 말을 하면 오지랖이 넓어도 최소한 辱(욕)은 안 먹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현 사회의 현상을 보면 남의 잘못은 살벌하게 지적하고 비판하면서 막상 자신이 똑같은 상황에 부닥치면 거짓과 僞善(위선)으로 발뺌하려는 厚顔無恥(후안무치)한 鐵面皮(철면피)가 넘쳐나고 있잖아요.

疏通(소통)이 안 될 정도의 거짓과 僞善(위선) 때문에 서로가 불신으로 점철된 삭막한 사회에서 오지랖 넓은 사람이 기왕이면 남의 허물을 들추기보다는 따스하고 힘이 되는 좋은 말을 하고 다니면 그것도 어쩌면 자기도 모르게 보이지 않는 善行(선행)을 하는 것이잖아요.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고 좋은 쪽으로 '오지랖'을 넓히는 것은 괜찮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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